짧은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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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생각보다 짧은 것이다.


이 문명 사회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나씩 해내며 흘러가다 보면 이미 끝에 다다라 버리는 게 인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생이 너무 길고 지루하자고 말한다.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면 말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을 텐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삽시간에 갑자기 삶이 끝날 위기에 처할 때까지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인생의 위기를 겪은 후에는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삶이 진실로 짧고 할 수 있었던 일조차 다 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의 극히 작은 찰나조차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우리의 짧은 삶을 길고 지루하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과 찰나에 집중하지 않고 손쉽게 흘려버리는 탓이다.

가볍게 지나친 모든 것들이 돌이키면 생에 기록될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생은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 짧은 여생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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