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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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길 위에 내가 바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생은 우연히 시작된다.

당신은 필연적인 이유로 이 별 위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시작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아무것도 모른채 타의로 걷게 된다.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길이 어디에 다다를지 모른채 막연한 짐작으로 걸음을 옮긴다.

단지 우리에게는 언젠가 이 길이 끝나거나 우리의 행보가 멈출거라는 확신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있는 한 걷게 되고 바라는 것을 갖는다.

이 여로에 의미가 있기를 소망하며 무언가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 꼭 달성해야 인생이 가치있게 되는 것처럼 여기며 정신없이 달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생이 우연히 시작되었듯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연이나 운명도 없다.

나아가 가혹하리만큼 피땀을 쏟아붇고 염원한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실은 이룬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정말 당신이 바라던 것이라는 확신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길 위에 어쩌면 내가 바라는 것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살아있기에 걸어갈 뿐이다.


다만 이 삶이 끝났을 때 여한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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