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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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붙여준 별명을 기억한다.


이름은 남이 주는 것이다.

혹시나 스스로 만든 이름이 있더라도 타인이 불러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반대로 다른 이에게 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기 마련이다.


연인 사이에서 서로 특징을 잡아 별명을 붙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서로 의미를 담아 부르기를 원하며, 지금 계속되는 시간에 의미를 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가끔 흘러가는 세월 속에 퇴색하기도 하고 때로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별명에는 그런 기원이 담겨 있다.


왜 당신이 내게 그런 별명을 붙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우스꽝스러운 별명이라 부를 때마다 서로 키득거리거나 당신이 웃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별명을 부를 때면 아무리 서로 사이가 나쁠 때도 금세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곤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별명조차 서로 부를 수 없는 시간이 언젠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관계가 끝나든 바뀌든 결국 서로를 이름이나 관계로 불러야 할 때가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도 별명으로 당신이 나를 부르던 때를 기억한다.

그 시절이 눈부시게 빛났던 것만도 아니고, 때로 치가 떨리도록 참혹했을 순간도 있다.

그리나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내가 당신에게 붙였던 별명을 당신은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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