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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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습관이 무심코 드러날 때가 있다.


이미 기억하지 못하던 날에 베어버린 몸짓이다.

가끔은 생각없이 걷던 발길이 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로 무심코 던진 말에서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아주 오랜 옛날, 이 땅을 통일한 장군은 한 여자를 잊어야 했다고 한다.

찾지 말아야 하여 발길을 끊고 잊기 위해 술로 날을 지샜다고 기록은 전한다.

어느 날, 장군이 취해 말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들었을 때 주인의 마음을 생각했는지 말은 여자가 있는 지으로 향해 버렸다.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이 누구나 기억하듯이 장군은 말의 목을 베어 버렸다.


무심코 드러나버리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옛 기억을 다시는 돌아보지 않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의 행동이 요구된다.

결코 기억해서는 안 되는 일조차 칼로 벨 정도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다시 반복된다.


무심코, 당신을 떠올리는 일이 그렇다.

기억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현듯 떠올라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잊는 것은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당신은 가끔이라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무심코 떠올린 당신을 잊기 위해 애쓰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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