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 노래는 바꿔 부르면 안되나요?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17 : 선거송의 정치학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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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의 이야기입니다.


요새 길거리마다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가 크죠,

지방선거가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 후보들은 누구나 자신의 연설을 사람들이 듣기를 원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유권자들이 기억하기를 바라죠.

때문에 많은 후보들이 확성기를 설치한 자동차로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이름과 구호를 외칩니다.



<노래를 들으면 그 시대가 보인다' 선거송의 정치학>


트로트에서 최신 아이돌 노래까지 다양한 노래를 통해 후보자들은 주목을 받고자 애씁니다.

어떤 후보든 우선 본인을 알려야 하고, 본인을 알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모아야 하며,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노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리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고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하더라도 노래를 거리에서 널리 틀어대면 저작권법 위반이 됩니다.


저작권법 제17조(공연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공연할 권리를 가진다.



물론 무상으로 음악을 틀면 저작권법 위반이 아닐 수도 있긴 합니다.


저작권법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송은 야구장 응원가와 비슷하게 가사 개작을 하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선거송을 시끄럽게 상영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후보를 알리는 데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래의 노래에 후보자 이름을 꼭 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본래의 노래보다 더욱 반복적으로 특정 부분만 틀어야 하기 때문에 편곡도 필수적입니다.


[ex : 언제나 당신의 곁에 기호 0번 홍길동~! 홍길동!]


그래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선거철이 되면 아예 선거송 이용 가격을 정해서 공표합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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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치인의 ‘급’에 따라 이용허락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작재산권, 즉 공연권의 문제입니다.

실제로는 선거송은 앞서 보았듯이 편곡과 가사 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작권자(작곡가, 작사가)로부터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에 따른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런데 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어디까지나 저작신탁권자라서 저작인격권의 허락은 작곡가나 작사가로부터 받아야 하죠.


보통은 대중음악가들은 정치인들과 서로 얼굴 붉히기 싫어하기 때문에 누군가 선점하기 전에는 허락을 요구하면 그대로 허락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가끔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죠.


지난 4월, 지방선거가 슬슬 달아오를 무렵 대한민국의 현재 제2당인 자유한국당의 선거송 채택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상어가족’ 제작사 “선거송 무단 사용, 법적 대응”…한국당 “저작권 문제 NO”>


[상어 가족 제작사 스마트스터디 측은 26일 홈페이지에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즐거움을 위해서 ‘상어가족’을 비롯한 4000여 편의 핑크퐁 동요를 만들었다”면서 “저희는 ‘상어가족’을 비롯한 아이들의 동요가 어른들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동요 상어가족의 저작권자인 ㈜스마트스터디가 동심을 지키기 위해 선거송을 바라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서 본래 “상어가족”은 미국 동요인 “아기상어”가 원곡이며, 자신들의 선거송은 어디까지나 “아기상어”의 편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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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요?


본래 “아기상어”는 미국의 민요 “Baby Shark”가 원전입니다. 민요이고 창작자가 불명확하며 벌써 세상에 알려진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어가족”은 스마트스터디가 민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2차적 저작물이고, 2차적 저작물은 그 자체로 새로운 저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상어가족”의 독특한 2차적 저작물 창작요소를 자유한국당의 선거송이 표절했다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크죠. 하지만 원저작물이자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인인 “아기상어”와 “상어가족”에 차이가 거의 없거나 혹은 자유한국당의 선거송이 “아기상어”를 실제로 번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저작권 문제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유사한 판례가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 "JYP 작곡 아이유 '썸데이' 표절 아니다">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만든 “썸데이”가 “내 남자에게”라는 곡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는 판례입니다.(2013다14828)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표절의 기준을 정합니다.


[-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harmony) 등 3요소로 구성된다.
- 음악적 구조는 3개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 및 배열됨으로써 이룬다.
-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여부 판단은, 표현상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리듬과 화성 등 요소를 종합적 고려해 판단한다. 가락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3다14828)]


그런데 “썸데이”는 “내 남자에게”와 ‘가락’ 그러니까 멜로디는 사실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곡은 동시에 ‘원전’이라고 볼 수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가스펠 음악인 커크 프랭클린의 “Hosanna(호산나)”입니다.


대법원은 “썸데이”와 “내 남자에게” 두 곡이 모두 유사한 멜로디가 있지만, 그 유사한 멜로디는 제3자의 저작물인 “호산나”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죠. 그리고 “썸데이”는 실은 “호산나”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고 “내 남자에게”를 표절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박진영 프로듀서가 표절을 안 했다고 판정해준 것은 아닌 셈이지만, 어쨌든 이처럼 원저작물인 외국의 음악이 있을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어가족”도 원전인 “아기상어”와 지극히 유사하고, “아기상어”와 유사한 부분만이 자유한국당의 선거송이 닮아있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최근 이 사안과 관련해 약간의 반전이 발생했습니다.


“아기상어”를 편곡한 편곡자 중 가장 유명한 작곡가, 조니 온니(Johnny Only)측이 스마트스터디가 본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핑크퐁 '상어가족' 제작사, 美 작곡가로부터 저작권 침해 피소>


[자유한국당은 '아기상어'는 영미권의 구전 동요이며, 핑크퐁의 '상어가족'은 스마트스터디가 창작한 오리지널 곡이 아니라 '아기상어'를 편곡한 곡이어서 노래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조니 온니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이 조니 온니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하니,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죠.


어쨌든 이미 널리 알려진 ‘민요’를 이용할 때도 혹시 유명한 편곡저작권자가 없는지 알아보아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주는 사건입니다.


아, 그래서 선거송을 만들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간단합니다. 저작권자(작곡가, 작사가, 편곡자)에게 허락을 받으면 됩니다.

대부분의 선거송은 이 절차를 거쳐 편곡되어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하며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측은 약 4천만원, 홍준표 후보는 약 1억 7천만원을 2개월에 걸친 공식선거기간 동안 지불했다고 하죠.


선거송은 선거 전체로 봐서는 사소한 문제이지만, 선거에 나가고 싶은 정치인이라면 괜한 구설수에 휘말려서는 안 되겠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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