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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Mar 04. 2019

우상

에세이-데이트랜드


우상이 무너질 때 비로소 새로운 재건이 시작된다.


만년도 전에 세워진 괴베클리 테페라는 장소가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이 존재하는 곳이다.

인류가 신을 믿어온 세월은 그토록 길고 오래된 일이다.


태고의 고원에서 내려온 이래 사람은 세상의 거대함과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운명에 시달려 왔다.

엄혹한 세계 속에서 인간은 너무나 작았고 의지할 곳을 찾아 평생을 헤맸다.

이제는 '우상'이라 부르는 수없이 많은 신상이 세워진 것도 그 때문이다.


우상을 만들고 믿음을 가지며 사람이 뭉치자 비로소 인류는 보다 큰 존재가 되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믿을 수 없는 건축물을 만들며 이전에는 없던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빛나는 영광은 쉽게 빛바래 어느새 무너져 내린다.


이미 폐허가 된 옛 유적이 이를 무언으로 증언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문명은 무너진 옛 황금시대의 파멸에서 비롯되었다.

오래된 제국이 멸망하고 새로운 야만이 밀어닥치는 폭풍이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이전에 견고하게 우상이 서 있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혁신이 폐허의 시대에 비로소 일어났다.


그렇기에 우상이 무너질 때만 비로소 새로운 재건은 진정 시작될 수 있다.


견고했던 한 시대의 우상이 무너지는 시절을 살며, 새로운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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