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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Mar 14. 2019

혓바늘

에세이-데이트랜드


어느날, 혓바늘이 돋아 미각을 아리게 만든다.

피로는 이 시대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옛날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인공의 계산기 때문에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
효율이 지배하기에 사람이 더욱 많은 시간을 일에 쏟게 만드는 세상이다.

태고의 조상들은 먹이를 찾고 나면 남은 모든 시간을 놀면서 보냈다고 한다.
오히려 먹을 것이 훨씬 풍부해져 먹고, 마시고, 새로운 맛을 즐기는 지금의 후예들은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피로가 혓바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미식을 넘어 탐식을 통해 쉬지 못한 자신을 달래는 인류에게 혓바늘은 어쩌면 재앙과도 같다.
유일한 즐거움일지도 모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스럽게 만들어,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마음대로 사라지지 않아 더욱 애먹게 만드는 존재다.

그러나 반대로 푹 쉴 수 있다면 처음부터 생겨나지도 않았을 고통이다.
무언가 먹을 때마다 느끼는 이 바늘의 통증이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당신을 일깨운다.
결국에 우리는 태어나 이 던져진 세상을 걷다 죽을 존재이며 삶은 한 번 뿐이라는 진실이다.

문득, 가시처럼 돋아나 온몸을 아리게 만드는 혓바늘을 까끌하게 입 안으로 굴리다 풀썩 주저앉는다.

어쩌면 쉬어야 할 날이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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