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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pr 08. 2019

연속

에세이-데이트랜드


이 세상에 단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아주 오래도록 견고하게 존재하던 관념이 무너지고 실체가 붕괴되어 산산히 바스라지는 한 순간이다.

그럴 때 사람은 세계가 이전과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대의 빛나던 제국이 몰락하고, 폐허만이 남아 야만의 시대가 시작되던 시절에도, 남은 기록과 유물이 있었다.

파괴는 단절이 아니며 단지 잔재를 통해 그 기억을 이어갈 뿐이다.

언젠가 다시 드러날 순간을 기다리며 항상 옛 유물은 땅 아래 잠들어 있다.


세상은 그렇기에 연속된 것이며, 공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한정된 사람의 시야에 잡히지 않아 보이는 착각일 뿐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며, 나아가 당신의 죽음으로 생이 끝난다 해도, 누군가에게 이 모든 것은 이어져 간다.


문득 오래된 멸망한 나라의 유물을 눈앞에 두고 보다가 떠올린다.

이 유물에서 비롯된 기억과 시간과 지식은 또 어디로 전해져 온 걸까.


아주 오래 전 있었을 이 유물 속에 담긴 이어진 연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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