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Apr 09. 2019

소식

에세이-데이트랜드


잊었던 이의 소식이 들려오는 날이 있다.


서로 자주 만나는 이들은 소식을 따로 전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조금만 애쓰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미 기억하며, 상황을 쉽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만난지 오래된 이의 일상은 기억하지 못하던 이에게는 갑작스러운 새 소식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이들에게 일상을 묻는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겪었는지 흔적에 불과할 무언가를 묻는다.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한 그 모든 것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로 바뀐다.


기억이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전부이기 때문이다.

잊혀지면 실제로는 존재하더라도 당신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되어 버린다.

타인에게 잊혀진 이는 그 타인에게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탓이다.


우리가 소식을 전하고 소식을 듣고자 애쓰는 이유도 어쩌면 그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를 잊는 것이 싫은 만큼이나 자신도 잊혀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잊었던 이의 소식을 우연히 들은 날, 내 소식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