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눈앞을 가릴 때가 있다.
이 세상은 사람에게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여정이다.
길 위에 갑자기 밀어닥치는 풍파와 장벽에 지쳐 쓰러져도 생이 끝나지 않는 한 가야 할 길도 끝나지 않는다.
마치 마지막에 다다라 버린 것처럼 갈 곳이 보이지 않는 순간도 찾아온다.
생을 비관하여 모든 일을 멈추게 되는 찰나다.
마음이 꺾인 순간 몸도 함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주어진 장애물보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가 가져오는 절망이다.
그럴 때 오히려 당신은 눈을 감아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는 항상 훨씬 더 크고 많으며 존재함을 지각해야만 한다.
당장 바로 앞에 있는 장벽은 이 거대한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티끌보다 작음을 상상한다.
다시 눈을 뜨게 되었을 때, 벽을 넘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은 마음임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길을 멈추게 만들 장벽 따위는 없다.
사람이 걸어갈 길은 반드시 어딘가로 통한다.
죽음이 여정을 끝낼 때까지.
아직 멈추지 않은 행로를 걷다, 다시 끈을 묶고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