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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pr 18. 2019

사실

에세이-데이트랜드


때로 사실보다 만들어진 기억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 순간 일어난 모든 사실은 결국 과거가 되어 버린다.
지나간 사건은 추억과 기록과 흔적으로만 남아 퇴색되고 왜곡되며 온전히 남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겪었던 모든 일은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때로 사실과 다르고 언제나 왜곡되며 서로 맞춰보면 틀리기만 한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가물가물 잊혀져 명확한 증거 없이는 잘못 판단하기 일쑤다.
사람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죽음이 찾아온 후 우리가 이곳에 있었음을 증거하는 것은 결국 기억이다.
나아가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당신을 버티게 만드는 것도 기억이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이 순간 남아 있는 기억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괴로움도, 슬픔도, 고단함도 지나가면 모두 견딜 수 있는 기억이 된다.
그렇기에 진실이 아닌 왜곡된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본질일지도 모른다.

문득 옛 일을 돌이키다 자꾸만 흐려지는 기억을 더듬으며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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