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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pr 23. 2019

휘파람

에세이-데이트랜드

문득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 휘파람을 부는 게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입술을 오므리고 혀를 굴려 바람을 잇사이로 내보낸다.
소리가 바람의 마찰로 허공을 맴돈다.

경쾌한 기분이 심장을 약동하게 만들고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조용할 때가 없는 교실과 골목에서도 시원한 휘파람 소리는 소음을 뚫고 귀를 울린다.
부러워 어떻게든 따라 부르고 싶어 하루종일 연습했던 날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휘파람은 불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입모양이 달라 같은 방법으로도 다른 소리가 나기 일쑤다.
간신히 소리를 내도 맑은 음으로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먼 서쪽의 어느 반도에서는 휘파람으로 일상 대화를 나누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늘 경쾌하게 일상을 보내는 걸까.

아직도 나는 휘파람을 불지 못한다.

문득 길을 걷다 어디선가 들려온 휘파람 소리에 아쉬운 추억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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