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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pr 29. 2019

시차

에세이-데이트랜드


서로 같은 하늘을 보며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연인이 해외로 갑자기 나가게 되었다.
비행기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이라도 이 땅은 둥글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 온라인의 시대에는 다른 시간 아래서 대화할 수 있다.

문득 보고 싶어 말을 걸었다.
그곳은 몇 시냐고 묻자 이곳과 한참 차이나는 시간을 얘기한다.
여기가 낮이라면 그곳은 아직도 아침이다.

만약 한참 먼 곳으로 떠났다면 그곳에서는 한밤이라 자고 있을까.
고작 이렇게 멀어진 것만으로도 간절한데 보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아예 보지 못하면 잊혀질 수도 있으련만 이 전파의 시대는 그럴 수도 없게 만든다.

그때 묘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설사 영영 보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사람의 시간은 달리 흘러가지만 있는 곳은 결국 하늘 아래다.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시간에 선 연인이 영문 모를 내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인이 어느 날, 해외로 떠나갔던 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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