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고원에서 내려와 문명을 세웠다. 남의 것을 때로 약탈하고, 강탈하며, 살육해온 기록이 아직도 생생하게 어딘가에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이루고 있는 무언가는 선조가 누군가 먼저 이 땅 위에 있었던 이들에게서 빼앗아 이룬 무언가이기도 하다.
더욱 많이 빼앗고, 강탈하며, 자신의 것으로 삼아온 이들이 살아남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문명이란 어쩌면 화려해보이는 외양 속에 참혹한 비극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빼앗는다는 것은 누군가는 빼앗겼다는 뜻이다. 동시에 지금 강탈하는 자의 후손은 누군가에게 다시 강탈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이미 수천년 동안 겪어온 일이다.
동시에 이 순간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항상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빼앗는다는 일이 지닌 세월의 무게를 돌이켜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진 무언가가 남에게서 앗아가 버린 것은 아닌지 후회한다. 이 굴레를 끓을 방법은 없을지 상념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