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함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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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건을 우리는 진부한 일이라 말한다.

사람은 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게 된 순간부터, 이 세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정 속에서 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사회로 나가 살아가다가 은퇴해 죽는다.
이 시대에 도시문명의 사람이 살아가는 ‘진부한’ 방식이다.

오래 전, 옛날에는 훨씬 더 세상은 견고한 틀로 정해져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농사를 지었으며, 때로 정해진 것처럼 전염병이 돌아 사람이 죽고, 외적이 쳐들어와 피난했다.
그 모든 것이 당연히 일어나는 ‘진부한’ 일들이었다.

삶과 죽음은 이 거대한 세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틀은 그 사회가 정하거나 맞이하는 주기로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단 한 가지가 존재한다.

진부하기 그지 없는 당신의 삶은 오직 단 한 번 뿐이다.

누구나 겪는다고, 언제나 있어왔다고,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포기하는 순간 당신은 삶을 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태어나 살다가 죽을 것은 정해져 있지만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은 당신에게는 특별하다.
이 모든 ‘진부한’ 사건이 당신에게는 처음 겪는 ‘신비한’ 사건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생은 타인에게 진부하지만 자신에게 ‘유일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문득 진부하지만 중대한 생의 변곡점에 다다라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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