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1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5)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5)
개천용.
물론 21세기에 어울리는 발언은 아니다.
굳이 고시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자수성가한 사람은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개중에는 고시의 길을 성공리에 걸어간 이들보다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 이도 있다.
굳이 고시를 선택하지 않아도 공부를 계속해서 성취를 이루는 길도 있고, 회사라는 조직으로 들어가 꿈을 꾸는 이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꼭 ‘용’이 되어야만 삶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모진 사람은 아니었다.
“합격하면 다 이루는 게 고시생이기도 하잖아?”
친구는 코웃음을 쳤다.
“다 이루긴 뭘 다 이뤄? 요새는 ‘로스쿨’ 때문에 완전히 망했다고.”
로스쿨.
그 무렵 자주 듣게 된 이름이다.
법에 인생을 맡길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올 무렵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갑자기 도입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려 한 동기나 선배들은 사법시험과 로스쿨 중 한 쪽을 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주로 취업을 하거나 회계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주위에서 직접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은 본 적이 없었다.
“망했다고?”
“그래, 그 놈의 로스쿨 때문에 합격자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시험이 2배로 어려워진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 로스쿨 도입하면서 사법시험도 합격자 숫자 줄였나 보지?”
친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열변을 토했다.
그때까지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 법조계까지 완전히 망했어. 로스쿨 때문에 나온 변호사들 숫자가 2배 이상 늘어나서 시장이 완전히 망가졌다더라구. 게다가 돈은 좀 많이 들어야 말이지. 너 같은 금수저만 입학한다는 소문도 파다하고 법조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지고 있다고!”
“그래?”
물론 법조계에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친구는 로스쿨에 대한 험악한 소리와 흉흉한 소문을 연신 떠들어댔다.
대법관 자제들이 입학했다더라.
교수 아들이 입학해 면접에 부정이 있었다더라.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실력이 없다고 공언했다더라.
물론 나는 아무 관심이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하품만 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친구의 말에 반응하는 게 상당히 늦었다.
“……그래서 로스쿨에 입학하려구.”
“그래, 금수저만 입학한다는 로스쿨 말이지? 열심히 해봐……, 뭐?”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했어.”
친구의 선언에 나는 어이가 없어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내 귀로 듣고 있었던 것은 로스쿨에 대한 험담과 비난, 그리고 증오였다.
고시생이 로스쿨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나야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친구에게 로스쿨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거대한 장벽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증오하던 로스쿨에 자신이 들어가겠다는 선언은 대체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걸까?
“길이 이것밖에 없잖아?”
씁쓸하게 웃으며 친구가 말했다. 그때 카페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여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누군가 괴성을 지르며 갑자기 뛰쳐들어왔다.
작가의 말 : 시험에 의한 개천룡이 긍정적인가? 한국 사회의 오래된 화두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계층이동성은 매우 중요한 사회의 필수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