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2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6)

by 기신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6)


coffee-983955_960_720.jpg



사람의 모든 행동은 두뇌의 활동과 그 표현에 따라 달라진다.


천재와 조현증 환자는 뇌를 극도로 활동시킨다는 유사점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천재의 창조성과 조현병의 환상은 세상에 없는 것을 인간의 두뇌가 가상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표현 양태가 전혀 상반될 뿐이다.


어쩌면 천재 중에 광증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시험 공부와 우울증은 감정 발현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한 가지에만 강제로 몰두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두뇌 활동이다.


단지 시험 공부는 시험 답안지에 몰두하게 되는 반면, 우울증은 절망과 죽음에 몰입하게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쩌면 입시생이나 고시생이 갑자기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난 교육 연구가도, 심리 상담가도, 의료 전문가도 아니야.

단지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카페에 들어와 고함을 치는 사람을 보고 내 친구가 이미 많이 봐 왔다는 것처럼 시큰둥하게 얘기하는 일이 있을리 없잖아?


“스트레스성 우울증 환자군.”

“뭐? 무슨 환자? 너 의대생이었냐?”

“이 동네는 환자 많아. 그 놈의 로스쿨 도입 이후 더 많아졌지. 어째 카페까지 온 건 처음이다만…….”


하지만 스트레스성 우울증 환자, 혹은 고함남은 귀가 무척 밝았다.

고함남은 바로 친구 녀석을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우울증? 공부도 안하고 카페에서 처노는 새끼가 뭐가 어째?”


친구도 썩 참을성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녀석은 벌컥 화를 내며 맞받아쳤다.


“뭐야? 당신 뭔데 반말이야? 내 선배라도 돼?”


아무래도 친구도 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시험 준비를 할 생각보다 로스쿨 진학 준비에 마음이 쏠려 있으니 공부가 될 리도 없겠지.

그래도 명색이 고시생이 반말 운운이 뭐람. 공부하는거 본 적이나 있냐고 대꾸할 일이지.


고함남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허! 이 놈 보게? 진짜 공부는커녕 노는 새끼가 맞긴 맞았군? 야, 너 같은 놈보다 신림동 10년은 먼저 들어온 인생 선배다. 어쩔래?”

“10년? 얼씨구, 그럼 그동안 계속 떨어졌다는 거 아냐? 2차만 떨어졌어도 5번은 떨어졌겠군. 계속 떨어진 게 뭐가 자랑이라도 된다고 여기서 행패야?”

“닥쳐! 2차는 이미 2번이나 합격했어!”


문득 카페 안이 조용해졌다.

사실 나처럼 그때까지 고시와 전혀 상관없던 제3자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법시험 준비생, 곧 사시생으로 간주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것부터 이상한 일이었지.

신림동에 들어오며 곁눈으로 보았던 학원 전단지에는 분명히 사법시험 말고도 행정고시라든가 경찰 시험처럼 다른 ‘고시’ 강좌나 노무사 시험 같은 강의도 있었거든.


하지만 10년의 준비기간이니 2차니 5번이니 하는 얘기는 당연히 사법시험만을 전제로 한다.

1차 시험을 합격했을 때 2번의 2차 시험 응시 기회를 주거나, 오랫동안 시험 공부를 하는 일 자체가 사법시험 외에는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10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잖아?


하지만 사법시험이라면 2차를 2번이나 합격했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고함남의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이 보였다.





작가의 말 : 물론 실제 우울증 환자는 보통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