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13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7)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7)
고함남의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이 보였다.
“너 같은 놈이, 여기 떠드는 너희 같은 새끼들이, 내 고통을 알아? 피땀 흘려 공부해서 2차를 통과했는데도, 2만명 중 고작 1천명만 되는 이 시험을 다 통과했는데도! 이 빌어먹을 나라가 내게 합격증 단 1장을 주지 않았어!”
아, 그렇군.
사법시험 응시생은 로스쿨 도입 이전에는 한 해에 2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지방이나 학교, 집에서 공부하는 인원을 제외해도 자연히 신림동 고시촌에도 만 명에 가까운 사시생들이 와글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인 그때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이 사시생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는 뜻이다.
나와 달리 친구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놀라고 있었다.
“어, 설마 3차 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는 부진정 연수원생 선배?”
“누가 연수원생이라는 거냐! 이게 낙방생이라고 놀리는거냐?”
고함남은 급기야 친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쯤 되면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시생들은 전과가 생기면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적은 편이라 들었는데, 고함남은 너무 떨어지다 보니 눈에 뵈는게 없는 듯 했다.
아니면 정말 스트레스성 우울증 혹은 분노조절장애 환자였거나.
“일단 그 손은 놓고 얘기하시죠. 그리고 민규, 너 부진이 뭐 어째? 어서 이 분에게 사과해.”
고함남의 손을 붙잡고 난 친구에게 타일렀다.
의외로 고함남의 손아귀 힘은 무척 세서 떼기 힘들었다.
오가며 본 신림동 입구에는 헬스클럽이 무척 많던데 고함남도 애용자였을지도 모를 일이지.
친구 녀석, 민규는 정신을 못 차리고 오히려 설명했다.
“부진이 아니라 부진정! 완전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지. 이 선배 이 동네에선 유명인사야! 2차 합격할 실력도 있고, 아니 실제로 합격도 했는데도 3차 면접에서 합격이 안 된 남자!”
“이 새끼가 진짜!”
아예 고함남이 민규를 칠 기세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나는 아주 잠깐 고민했다.
그때까지 법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뉴스로 서로 싸우면 쌍방 폭행이 된다는 정도는 본적이 있었지.
싸워야 하나? 그런데 잘못한 건 솔직히 민규잖아?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고함만 치는 우울증 환자로 의심되는 아저씨가 사과한다고 받아줄까?
그때 카페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옆에 스터디하는 사람도 있는데, 방해되잖아요?”
아무래도 이 카페는 방음이 잘 안 되는 카페에다 부근에 스터디룸까지 있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장소가 협소한 신림동 건물에서는 흔한 구조라고 했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을 힐끗 보다 난 그만 고함남의 팔을 놓쳐버렸다.
바로 그 애다.
“너……!”
신림동에 오자마자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물어보더니 면박을 주던 바로 그 여자애였다.
고시촌이 사람 숫자에 비해 좁은 동네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곳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면박녀는 날 보는 대신 고함남을 먼저 알아보았다.
“뭐야. 또 시작이야, 선배?”
고함남도 면박녀와 안면은 있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말 : 사진은 19세기 카페를 배경으로 한 풍자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