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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22. 2019

메일

에세이-데이트랜드


언젠가 이메일을 처음 마주쳤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는 아직 편지를 손으로 쓰던 시절이었다.
편지지에 글을 써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전화가 있어도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쓰곤 했다.

어느 날 전자로 이루어진 화면을 통해 의사를 자세히 적어 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하얀 화면 위에 글씨를 쓰는 일은 신기했고, 마치 말을 하듯 가볍게 적어 생각을 전하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오늘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더 이상 메일이 신기한 문명의 산물이 아니게 된 이 시대에, 우리는 대부분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메일을 쓰지 않는다.
메일을 켠다는 것은 일을 처리하기 위함이 되어버린 때다.
하지만 아직 메일이 낯선 것이던 시절 처음 마주했던 경이는 아마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신기한 모든 것을 상상한다.
생은 어쩌면 신기한 것들을 마주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메일을 처음 마주쳤던 날을 기억하며 지루한 메일을 쓰는 일상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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