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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Sep 13. 2019

영상

에세이-데이트랜드


사라질 기억을 붙잡은 한 순간, 영상이 망각의 벽에 새겨져 남았다.

아주 오래 전 찍었던 비디오를 우연히 발견했다.
영상 안, 그대의 모습은 낯설어 기억을 한참 동안 더듬어야 했다.
지금과 달리 아주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하던 모습이 눈에 아리게 남는다.

추억으로 남기는 것은 본래 아름다운 것들 뿐이다.
힘겹게 화내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남아버린 영상이 환기하는 기억은 영상에 담긴 짧은 시간을 넘어 옛 추억을 소환한다.

망각의 장벽 속에 묻어둔 당신의 모습과 같이 걸었던 추억과 사소한 것에 언성을 높였던 갈등의 시간이 돌아온다.
돌이키고 싶지 않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는 옛 시절의 젊음을 떠올린다.
기억은 잊혀지고 과거는 다시 오지 않지만 그때 벌어진 모든 일의 결과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미 결정된 현재에 씁쓸한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추억이다.

다시 새겨진 영상을 캐비넷 안에 밀어넣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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