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옛 가르침 중에는 이치와 생기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한다. 생명과 만물을 만드는 이 세상의 근본이 원리인지 혹은 물질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무수한 학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결론은 엉뚱하게도 정치적 권력의 향방에 따라 정해졌지만 오늘날도 이에 대한 신비는 풀리지 않은 상태다.
시원의 순간, 처음 시작된 것은 가장 작은 입자였을까, 혹은 보이지도 않는 끈이었을까, 형체조차 없을 파동이었을까. 과학이 오래도록 탐구했어도 아직 닿지 않은 태초의 근본이 지닌 비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옛 유학자와 현재의 과학자가 공유하는 토대가 있다.
이 세계의 기원에는 틀림없이 기본이 되는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시초가 된 공통된 무언가가 우리 안에는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존재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기본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