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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01. 2019

공동체

에세이-데이트랜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서로 손을 잡는다.

태고의 어느 시절, 빙하기가 이 땅 위에 도래했다.
그때는 기록조차 남지 않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측만 할 수 있을 아주 오랜 옛 시절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 전체가 고작 수천 명 밖에 없었던 때였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절이 사람이 처음으로 고원을 내려와 더 넓은 땅으로 먹을 것을 찾아 떠난 때이기도 하다.
지상의 낙원으로 알고 살았던 고원이 가혹한 추위 속에 재난의 땅이 되고, 한정된 지역 안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지금도 고향을 떠나 모르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은 큰 결심을 요하는 일이다.

바깥의 땅에 대해 아무런 앎이 없었던 당신의 선조들에게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는 것은 공포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련이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고, 낯선 땅으로 나가기 위해 인간은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오늘날 이루고 사는 모든 공동체의 기원이 바로 그곳에 있다.

가혹한 시련이 사람의 손을 잡게 만든다.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인간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아울러 이 시대의 ‘빙하기’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어느 날 찾아올 것이다.

태고의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문득 시련이 다가온 날, 서로 손을 잡는 일의 기원을 떠올린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줄 사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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