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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08. 2019

왜곡

에세이-데이트랜드


기억은 언제나 정확하게 남지 않는다.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간다.
누군가 겪었던 일은 타인에게는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어긋나 갈등이 벌어지곤 한다.

사람의 마음 속 깊이 남은 기억이 왜곡되며 진실은 흐려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아무리 영원을 맹세하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과 마음을 품은 사람들의 약속은 영속적일 수 없다.
서로 맞춰보면 어긋난 퍼즐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서로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자주 배신당했다 느끼는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왜곡되고 흐려질 것을 안다면 적어도 헛된 희망은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어쩌면 거짓된 희망이 사람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진정한 힘일지도 모를 일이다.

왜곡된 기억을 더듬던 어느 날, 상념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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