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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10. 2019

노동

에세이-데이트랜드

손발의 노고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인생은 때로 쉽게 우리를 기만한다.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기 쉽고 기대는 자주 예상치 못한 풍파로 어그러지며 성과는 남에게 빼앗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몸으로 익힌 무언가는 무의식 속에 남는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도 손은 움직여 음식을 입에 넣는다.
하루, 한달, 일년을 연습해 쌓아올린 기예는 예상치 못한 순간 발휘되어 당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손에 넣은 재산은 한 순간의 공황으로 날아갈 수 있지만 노동의 시간으로 쌓아올린 업력만은 고스란히 남는다.

때로 미련해 보이더라도 사람이 몸을 움직여 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스스로를 속이기 마련이며, 남의 노고를 가로채기를 더 즐긴다.
남의 노고는 자신을 배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외면한 채로.

문득 남의 노고를 가로채려는 이를 마주하다, 떠오른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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