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Oct 17. 2019

문자

에세이-데이트랜드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은 말의 덧없음을 슬퍼해왔다.

인간이 언제부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정확한 시기를 아는 이는 없다.
남아 있는 화석의 설골과 두뇌의 용적을 보며 단지 추측할 뿐이다.
언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은 비로소 한갓 짐승에서 서로 유대할 수 있는 커다란 존재로 변했다.

하지만 말은 허공에 흩어져 언젠가 사라진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쉽게 왜곡되기 마련이다.
고정된 형태로 영원히 남기려는 마음이 기호와 표시로 이어졌고 마침내 ‘문자’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오래도록 그렇기에 문자는 가진 자, 힘센 자, 있는 자의 소유였다.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적으며 기록하는 글자는 옛날에는 허가된 이가 아닌 이에게 금지된 것이기도 했다.
덧없는 말을 영원히 남도록 만드는 힘이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 그토록 거대하다.

문득 덧없는 말을 문자로 적다가 생각에 잠기는 하루다.

이 글의 무게는 얼마나 될지를.

매거진의 이전글 노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