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말을 문자로 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자가 생겨날 때까지 사람이 소통하는 언어와 나누는 마음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질 뿐이었다. 문자로 말을 새겨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다음에야 말은 비로소 글이 되어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말을 문자에 담아 글로 쓰는 일은 사람에게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말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담고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이에게 전해져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다. 연고가 없는 이들이 쓴 이와 읽는 이가 되어 연결되고 다시 글에 담긴 상념이 읽은 이를 통해 전파된다.
의미없이 흩어지는 말 만큼이나 가치없이 사라지는 글도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누군가 하나의 문장을 만나 인생을 증명받고, 꿈을 격려하며, 다시 걸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한 줄의 문장을 쓰는 당신의 마음이 문자에 담겨 다시 자신을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