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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26. 2019

어디론가

에세이-데이트랜드


어디론가 정처없이 걷다가 끝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일지도 모른다.

태어난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땅에 이런 말을 사용하며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우연의 소산이다.
만약에 남녀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약속이 틀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만 했더라도 사람은 태어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끊임없이 어디론가 길을 가게 되는 게 생의 숙명이다.
대륙을 질주하며 동쪽에 있을 바다의 끝을 보겠다던 불패의 제왕도 결국 옛 패배자의 성에서 열병에 숨을 거둔다.
가야 할 곳을 모르고 달려가다 죽게 되는 것이 태고로부터 사람이 짊어져온 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착할 곳을 정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끝까지 도달하지 못할 어딘가를 향해 우리는 쉼 없이 걷고 뛰며 향해간다.
마침내 힘이 다해 땅 위에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문득 정신없이 달리던 하루, 문득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돌아본다.

마지막 그 순간 목적지에 다다랐다고 믿으며 죽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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