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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영시,영사남)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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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_이 삶을 다시 알지 못했다면 슬픔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후회는 밤을 지새도록 거듭되고 한 번만 더 기회를 얻기를 원하는 마음은 지극하다.
하지만 다시 삶을 마주할 시간이 정말로 주어진다면 오히려 자신의 바램을 원망할 것이다.

생을 반복해 거듭 경험한지 몇 번인지 ‘영시’는 헤아리지 못한다.
이 세상의 이면에 있는 비밀을 보았고, 삶에 있어 후회되던 일들을 모조리 다시 재반복해 보았으며, 수없이 많은 사람의 생애를 마주했다.
다시금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걸 보면 인생이 예측불허라는 옛 선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끝은 도래하게 된다.
이룬 모든 것은 무위로 돌아가며 처음부터 같은 시간을 다시 살아야만 한다.
심지어 반복된 삶을 지겨워하지 않고 즐기는 ‘영시’에게조차 이 마지막 순간은 지극히 슬프다.

다시 삶이 시작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것만은 수십, 수백, 수천의 삶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이 반복되는 영원한 삶도 언젠가 어떤 계기로든 끝나게 될 터다.

시작의 이유를 알 수 없듯이 종국의 원인도 알지 못한 채로 불현듯 찾아올게 분명하다.

어쩌면 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작도 끝도 모두 선명하다는 점에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언제 끝날지 모를 반복을 다시 앞둔 시간, ‘영시’는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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