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웹썰

손톱(정복자,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SmartSelect_20191014-081509_Chrome.jpg


손톱_손톱이 갈라져 피가 흘렀다.

손을 다듬는 일은 한가할 때나 하는 일이다.
바삐 밀려드는 일을 헤쳐나가다 보면 이미 손은 상해 있고 살이 갈라져 피가 난다.
그 중에서도 손 끝을 세심하게 매만져 손질하는 일은 상당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문득 갈라진 손톱을 보다가 풍요로웠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
파티와 축제가 지겨울 정도로 열려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며 농담을 하던 시기의 일이다.
그때는 손톱을 관리해주는 하인이 따로 있었던 기억이 난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재난은 언제나 불현듯 찾아오는 불청객이라 알아차렸을 때는 너무 늦기 마련이다.
어제 살아있던 이도 오늘은 관에 실려 나가는 전란의 나날에 갈라진 손톱을 신경쓰는 일은 사치일 것이다.

다시 손을 싸매며 전장에 보낼 명령서를 작성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간격(검마,구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