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것은 같은 것이 구별되어 달라지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태초에 세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시간도 공간도 없이 오직 존재할 뿐인, 단 하나의 특이점만이 존재했다고 한다. 그 ‘원점’에서 만유는 동일한 차원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같은 지점에서 최초의 ‘구별’이 일어나고 같은 것과 다른 것이 발생했다. 서로 다른 것들이 태어나면서 처음 나타난 것과 다음 생겨난 것 사이의 선후가 매겨졌고, 다른 것들끼리 존재하는 위치가 생겨났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 현재의 세계가 존재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복제와 대조의 역사다.
그렇기에 만물은 태초의 기원처럼 같은 것이 달라지며 탄생하고 존재하다 소멸한다. 때문에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도 잠시나마 일치점을 찾았다가도 순식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달라져 버린다.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서로 달랐던 이들의 마음이 찰나 동안 ‘같은 지점’에 다다랐다는 게 어쩌면 신비로운 일이 아닐까.
세상의 진리인 차이를 한 순간이나마 극복했다는 데, 지금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