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 땅 위를 구른다. 수백년 전, 어떤 학자는 무심코 이 광경을 보다 만유에 작용하는 인력을 착상했다고 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른 눈으로 볼 때 세상이 달라진다는 한 예다.
이 별이 처음 수십억년 전 형체를 이룰 때는 수없이 많은 돌 덩이가 부딪치고 균열하는 지옥같은 세상이었을지 모른다. 억겁의 세월 동안 거대한 땅과 땅이 충돌하고 불꽃이 뿜어져 녹아내리는 과정을 거치며 지구는 탄생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 위를 걷는 자는 구체의 중심을 향해 언제나 당겨진다.
만년 전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숭배했을 우리의 조상들도 무의식 중에 자신을 당기는 힘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다시 만년이 지나더라도 위에서 아래로 사물이 내리꽂혀지는 광경은 변함없을 게 분명하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실은 이 거대한 세계의 근본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셈이다.
영원을 살 것처럼 굴면서 백년도 살지 못하는 작은 사람의 시선으로 문득 땅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