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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의 "하루단상"
믿다
에세이-데이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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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
Apr 2. 2020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취약한 부분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개는 주인 앞에서 복종의 표시로 배를 드러낸다고 한다.
가장 약한 부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상대를 온전히 신뢰한다는 뜻을 드러내는 셈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유사한 기원을 갖고 있다.
폭력이든 믿음이든 사랑이든 인간이 다른 자의 뜻을 따르면서 집단이 시작되었다.
모여서 사는 일은 오늘날에도 무척 불편한 일이니 옛날이라고 다를 바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시작은 자발적이라기보다 재난과 맹수를 피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오래도록 함께 하다 보면 무심코 등 뒤를 맡기게 된다.
잠을 자며 밥을 먹고 배설하는 취약한 형국에 처했을 때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 번은 경계하지만 두 번은 마음을 놓게 되고 세 번이 되면 믿음을 가진다.
반대로 말하면 믿음이 배신당할 때 당하는 상처는 믿지 않았떤 이에게 입는 것보다 더 크다.
때문에 아무나 쉽게 믿어서는 안 되지만, 또한 믿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이 세상은 너무 크고 사람은 홀로 서기에 너무 작으니 다른 이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이 하나를 얻는 게 실로 인생의 낙인 이유다.
문득 신뢰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날, 떠오르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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