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서단의 어느 섬나라에서 도움을 준 이를 살해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도움을 배푼 이는 호의와 마음을 담아 손을 건넸지만 받는 이에게 이는 오히려 갈망과 분노를 일으켰을지 모른다. 자신이 당하는 어려운 처지에 대한 원망을 오히려 손을 내민 이에게 쏟아부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로 선의는 어려운 일이다. 도움을 준다고 보답받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강탈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온 것이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다.
호의의 기원은 강탈의 기원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고원의 땅에서 내려와 지구 위로 퍼져나간 이래 인류는 서로의 손을 잡고 도움을 주며 작은 자신을 극복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 동정심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
그럼에도 이토록 참혹한 현실은 내밀던 손길조차 멈칫거리게 만든다. 혹시나 지금껏 내가 내민 손길에 상처받은 이가 있지는 않았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