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같은 사랑

by 루미나

아무 일 없던 저녁이었다.
밥상을 마주 앉아 김치를 집어먹는데
딸이 갑자기 말했다.

“엄마, 예전엔 진짜 말하기 싫었거든.”

젓가락이 멈췄다.


“왜?”
“뭐라 해도 다 잔소리처럼 들렸어.
그냥… 듣기 싫었어.”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도 물었다.


“근데, 지금은?”

“지금은 좀 달라.
요즘은 엄마가 진짜 내 얘기 들어주는 거 같아. 그래서 말하고 싶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엄마도, 딸도, 동시에.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아이의 마음이 닫힐 때,
그 원인은 대부분 엄마의 말 한마디였다.
나는 사랑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사랑의 방식이 ‘지시’가 되어 있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아프면서도 시원했다.

“엄마도 미안했어.
그땐 몰랐거든. 네가 그렇게 느낄 줄.”

딸이 조용히 말했다.


“이제 알아줬으니까 됐어.”

그 짧은 말이,
온 세상 위로보다 따뜻했다.
요즘 우리는 싸워도 금방 푼다.


“야, 그건 네가 먼저 화냈잖아.”
“아닌데, 엄마가 먼저야.”


그러다 둘 다 피식 웃는다.
예전엔 감정이 폭풍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잔물결이다.
나도, 아이도, 많이 달라졌다.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표정이 느긋해졌다.

서로를 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쪽으로.

결국, 엄마도 사람이고 딸도 사람이다.

엄마도 완벽할 수 없고,
아이도 언제나 밝을 수는 없다는 걸.

그래서 이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오늘 좀 별로였지? 그래도 괜찮아.”

그럼 딸이 대답한다.


“응, 내일은 괜찮을 거야.”

그 짧은 대화 속에
사랑이 있다.
서툴지만 진짜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