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받을 때마다 나는 종종 나를 먼저 의심하더라.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이 정도 말에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까.’
그래서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려고도 했어.
별일 아닌 것처럼,
내가 그냥 좀 더 단단해지면 될 것처럼.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상처는 단순히 예민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더라.
누군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유난히 크게 마음에 꽂힐 때가 있어.
그 순간에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돌아보면 그 감정의 중심에는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각.
지금 상황 때문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
예전부터 마음 어딘가에 쌓여 있던 감각이
그 순간에 같이 건드려졌던 것 같아.
그래서 어떤 말들은
다른 사람에겐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나는 유독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거겠지.
예전에는 상처를 안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게 더 강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살다 보니까
상처를 아예 안 받는 사람은 없더라.
대신
상처를 알아보는 사람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특히 마음이 아픈 사람이구나.’
그걸 알고 나니까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그걸 느끼는 나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됐어.
상처는
없애야 할 감정이라기보다,
어디가 약해져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 같더라.
그래서 상처가 올라올 때 예전처럼 밀어내기보다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어.
여기가
조금 더 다정함이 필요한 자리구나 하고.
나에게도,
그리고 관계 안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