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미리 지키려는 마음

by 루미나

불안은 늘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항상 한발 먼저 와 있더라.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
이미 마음은 대비 태세에 들어가 있어.
불안해질 때 나는 몸부터 반응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위로 차오르고,
머릿속은 쉴 틈 없이 바빠져.
생각을 멈추고 싶은데,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밀려와.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안에 불안이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
예전엔 그게 내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어.

괜히 걱정이 많아서,
괜히 쓸데없는 상상을 해서.

근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불안은 약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었어.
뇌가 나를 안전하게 두려고
미리 움직이는 과정이었지.
우리 뇌는 원래
좋은 가능성보다
나쁜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게 돼 있잖아.
그래야 살아남았으니까.

그래서 불안은

“큰일 날지도 몰라”라기보다
“이건 지켜야 해”에 가까운 말이더라.
문제는 불안을 없애려고 할 때였어.
괜찮다고 눌러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면
불안은 오히려 더 커졌어.
마치 아직 안 들은 말이 남아 있다는 것처럼.

그래서 지금은 불안을 느끼면 난 이렇게 묻는 편이야.
“나는 지금 뭘 잃을까 봐 무서운 걸까?”
대부분 답은 비슷하더라.
사람, 관계, 안정감.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었어.
그걸 알고 나니까
불안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어.
불안이 말하는 걸 무시하지는 않되, 그 말에 끌려다닐 필요도 없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 거지.
불안이 올라올 때 현실을 한 번만 확인해 봐.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괜찮은 증거가 있는지.
불안은 나를 망치러 온 게 아니더라.
미리 살피고,
미리 지키려는 마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