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감정은 사이코패스??

by 루미나

어떤 날은 감정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날이 있어.
왜, 말로 표현하기 참 묘할 때 있지 않아?

슬픈데 화도 나고,
미안한데 억울하고,
걱정되는데 짜증이 나.

하나만 느껴도 벅찬데
왜 이렇게 한꺼번에 올라오는지.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
딸이 나한테 말대꾸를 했던 날이야.
사실 내용은 별거 아니었어.
그런데 그 순간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

“엄마는 왜 맨날 그래?”

그 한마디에
나는 화가 확 올라왔어.
버릇없이 느껴졌고,
내가 무시당한 기분도 들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화를 내고 돌아섰는데, 눈물이 나더라.
왜 울지?
생각해 보니 서운했어.
내가 그렇게까지 틀린 엄마인가 싶었고, 나름 애쓴 시간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느낌이었어.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미안했어.
내가 예민했나? 별거 아닌 건데..
그래도 난 엄만데...

화, 서운함, 미안함, 억울함이 한꺼번에 올라오니까
나는 그날 내가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어.

‘도대체 나는 지금 뭘 느끼는 거야.’

감정 하나를 골라야 할 것 같았어.
그래야 내가 정리된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거든.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알겠더라.
그날 내가 복잡했던 건
마음이 꼬여서가 아니라
딸을 사랑해서였어.

사랑하니까 상처받았고,
사랑하니까 미안했고,
사랑하니까 화도 난 거였어.

그때 알았지.
감정은 원래 깔끔하게 하나씩 오는 게 아니구나. 하고

원하면서도 싫고,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고,
괜찮은 척하면서도 사실은 힘들어.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그 상황을 여러 방향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더라.
그래서 이럴 때는 그냥 이렇게 말해.

“아, 지금 내 안에 여러 마음이 같이 있구나.”

이 한마디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내가 아니라, 느끼고 있는 나로 돌아오게 되거든.
복합감정은 마음이 어지럽다는 증거가 아니라 마음이 깊다는 증거 같아.
하나만 느끼는 사람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조금 더 솔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
그래서 이제 감정이 섞여 올라와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아 오늘은
내 마음이 여러 색이구나 하고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