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에게 점심시간은 휴식이기보다 업무반 놀이반이다.
우리들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스템들을 다루고 그 시스템이 고장 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시스템들은 보통 멈추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나의 경우에는 보안 솔루션이라는 시스템을 다룬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좀 과하게 긍정적으로 얘기하자면) 점심시간이 나에게는 업무반 놀이 반이다. 그리고 너무나 짧다.
모든 엔지니어들이 그렇게 짧은 점심시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봐 왔던 대부분의 IT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점심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스템이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서일까? 멈춤이 없이 계속 PC 앞에 앉아 그것들과 비슷한 것들을 몸으로 행하고 계속 움직인다.
'식사 안 하세요?'라는 말은 '아직 장애 보고 계세요?'라는 말과 같다.
점심시간 메뉴를 고를 시간 조차 사치이다. 그저 우리는 업무를 빨리 마치고 정해진 식사를 하러 이동할 뿐이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다시 장애를 보기 시작할 뿐이다. 마치 시스템의 한 부분이 실행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다. 휴식보다는 게임이 우선이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 게임 화면 속 캐릭터가 즐거움을 준다. 해방감을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점심시간은 업무반 놀이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