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사라진 모습이 귀신같다
새벽녘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잠시 사찰 밖 담벼락 너머에서 쉬고 있었다. 흐릿한 내 눈에 띈 한 여자가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다급한 기도 자세를 보였다. 사사삭 내 발소리에 놀란 여자는 순식간에 저 아래로 귀신같이 내려가버린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가 보았으나 곧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시장에서 보기 쉬운 모자를 쓰고 가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참 가련해 보였다. 중요한 건 사라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