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나쁜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차를 타면 지나가는 간판 이름을 습관적으로 읽었던 것 같다.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어떻게 기억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일까 이방인이 동네의 지리를 물어보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주 간판 이름을 보았으나 기억하지 못했다. 수십 년이 지나 30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에도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심지어 지난 1년간의 기억도 없어서 말하지 못 할 때가 많다. 습관이 되어서일까 주변에 무관심하고 사람과 사물은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떨 때는 고독하다.
학창 시절에 기억력이 나쁘다는 것을 IQ 테스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중학교 첫 여자 담임선생님으로 기억한다.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했고 또래 아이들보다 낮은 아이큐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린 마음에 꽤 충격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다. 책의 내용을 어떻게든 암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남들보다 좋지 않은 머리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래 앉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었다. 그저 많이 보고 많이 쓰면 외워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벼락치기라는 것을 이용하여 시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많이 써서 그런지.. 글씨는 잘 쓴다...)
그래도 이해력은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이과를 선택했다. 과학과 수학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고 외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해해서 풀면 이상하게 기억에 잘 남았고 성취감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머리 나쁜 아이가 아닌 그래도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는 노력형 두뇌라고 자부했다. 그리고 그 기억의 방식과 공부 습관은 대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공부는 끝이 나지 않는다. 물론 IT분야에서는 더욱 심하게 끝이 없다. 자격증 공부와 IT기술 습득을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이해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중학생의 나는 어리석었다. 성인이 되어보니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외워야 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나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특히 법과 관련된 내용이나 세상에서 접해보지도 못한 기술들을 공부해야 할 때는 정말 난감했다. 나의 방식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받아써보기도 하고 녹음을 하고 다시 듣기도 해보았으나 효율적이지 못했고 시간은 더욱더 많이 필요했다.
나는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지난 30년간 사용해왔던 기억 및 공부 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특히나 저자는 공부 읽기와 같은 방법이 실제로 외우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주장을 한다. 부분적으로 읽고 그 부분을 요약하는 것이 오히려 한 번에 다 읽는 방법보다 효율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뇌는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단어의 수, 기억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너무 많은 내용을 읽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그 내용이 왜 내가 그토록 많이 읽었음에도 기억에 남지 않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어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집중이 안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책을 빨리 읽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빨리 읽어야 뇌가 딴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내가 책을 읽다가 딴생각이 들 때 내용을 빨리 읽어봤더니 집중이 잘된 사례도 있었다.
30년 동안 노트필기했던 것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 믿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하고 정리했던 내용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유즈클락 기억법을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했다는 고정관념을 깨줄 수 있어서 좋았다.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