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은 어떤 곳인가.
마흔 명의 성인 남자들이 잠을 자는, 침대로 가득한 병동엔 늘 수많은 냄새들이 끈적거린다. 살균제 냄새, 아연화 연고 냄새, 발 냄새 제거 파우더 냄새, 오줌 냄새, 노인의 지독한 대변 냄새, 유아용 식품 냄새, 안약 냄새....
켄 키지의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등장하는 정신병동의 냄새다. 소설 속 주인공 맥머피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이다. 맥머피는 잔꾀를 부려 교도소에서 정신병동으로 이송된다. 하지만 정신병동은 감옥보다 더 지독한 억압과 감시의 공간이다. 의료진은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환자에 대해선 가차없이 전두엽을 절제한다.
이탈리아 의사 프랑코 바잘리아는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신질환자 강제 수용을 거부한다. 20세기 이탈리아엔 실제로 이런 법이 있었다.
"어떤 종류든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할 때...정신질환자 보호소에 수용하고 치료해야 한다."
대신 프랑코 바잘리아는 치료 공동체를 주창한다. 정신질환자를 폐쇄 병동에 강제 수용하지 않고, 환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병원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1961년 이탈리아 고리치아의 정신질환자 보호소 소장이 된 바잘리아는 병원을 일상 생활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다. 의사가 환자와 섞여 생활하고 흰 가운, 의사 호칭, 자잘한 의료 용구를 눈에 덜 띄게 바꾸거나 아예 없애는 방식이다.
병원 내 권력은 환자들에게 이양되고 병원을 환자들이 자치적으로 꾸려나간다. 환자들은 더 이상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않았고 묶여있을 필요도 없었다. 환자들은 자신들끼리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다. '잠겨있는 병동을 개방하는 것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환자들은 토론을 했다. 바잘리아의 실험으로 환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았다.
프랑코 바잘리아의 일대기 <<정신병동을 폐쇄한 사람>>을 읽으며 문득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
한국의 코로나19 첫 희생자인 63세 남성은 20년 넘게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생활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근거로 이 남자의 권리를 박탈한 것일까. 코로나 사태로 우리가 저지른 야만의 연대기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