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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장산 호랑이 Jun 19. 2022

리더가 아닌데도 리더십 강의는 듣는다...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의 첫 대목이다. 못난 놈 얼굴을 보면 흥겹지만 잘난 놈 얼굴을 보니 정말 배울게 많다.


고등학교 같은 반 '급우'를 20여 년만에 만났다.


지금은 외국계 기업의 전무. 전무라는 직책도 촌스럽고 조야한 한국식 번역이다. 실제로는 다른 명칭을 쓴다. 어쨌든 한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고등학교 때도 좋은 신발 많이 신고 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도 신수가 좋아보인다.


리더가 아니라서 사실 안 들어도 되는 리더십 강의를 2시간 넘게 들었다. 15년동안 들은 각종 사내외 교육 중 탑클래스 수업이었다. 리더가 되면 꼭 이렇게 하고 싶다.


- 팀원들에게는 욕을 하지마라.화를 내지말고 피드백을 줘라.


-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게 아니다. 자리에서 그 사람이 드러나는거다.


그동안 조지고, 닦고 닦이고, 뚝배기깨고, '한따까리'하는 방식의 소통이 익숙한 나로서는 신선한 방법이었다.


언론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의 소통과 업무 방식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라는 문제 제기를 했다. 언론사는 '마감'의 주기가 너무 짧다. 매일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어떤 사안은 분과 초 단위로 마감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어느 순간엔 고도의 지적 판단과 윤리적 선택이 수반되기도 한다. 나는 이런 '하이텐션'과는 떨어진 삶을 살긴 하지만 일반론적으로 그렇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 나오는 이런 말처럼 - "인생에 초보자를 위한 학급 같은 건 없고, 세상은 늘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을 요구한다" - 데스크나 기자나 사실 초보자인데 항상 가장 어려운 것을 요구받는다.


아무튼 마감이 임박하면 팀장이 성과를 내지 못한 팀원에게 화를 내는게 인지상정인데 어떻게 하면 그걸 피할 수 있느냐는 말에 친구는 이런 조언을 했다.


"그것도 팀장의 잘못이다. 처음 일을 시킬 때 역량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


모든 잘못은 윗사람의 잘못이라는데, 전무가 그렇다고 하니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같은 생각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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