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휘 May 28. 2018

트럼프 대통령과
Personality Disorder

Malignant narcisissm and Mr. President

"아빠, 저 아저씨는 대체 왜 저래?"

"음, 그게 말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라는 진단이 있는데.."


                                                               (이미지 출처 : Designed by FriendlyStock.com)


일종의 긴급편성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집!


성격장애에 관한 과제를 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죠. 

뭐? 안 해?? 미XX! 뭐? 하루 만에 또 한다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마침, 운 좋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더망에 들어옵니다. 작년 가을 <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라는 제목의 매우 흥미로운 책(부제 '27 Psychiatrists and Mental Health Experts Assess a President'가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줍니다)을 접했지만, 조금 읽다가 던져두었는데요...(남의 나라 대통령 이야기라..) 다시 꺼내 찬찬히 읽어볼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Goldwater rule규칙이라는 게 있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심리학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의 윤리 규정 제7조에 붙은 별칭이라고 하는데요, 정신과 의사나 상담 전문가가 자신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진단을 내리지 않은 공인에 대해 전문적인 견해를 공표(진단을 내리는)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것입니다. 1964년 Fact라는 미국의 잡지가 당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Barry Goldwater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미국 정신과 의사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소송까지 이어져 골드워터가 승소를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심리학회는 '정신과 의사가 직접 진료와 진단을 거치지 않고 외부에 드러난 모습만으로 공인(특히 정치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진단을 내리는 행위'를 비윤리적 unethical이라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Rules are meant to be broken. 규칙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심리학자이자 상담가인 John Gartner박사는 2017년 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심각한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사임할 것을 주장하는 청원을 제출합니다. 골드워터 룰을 깬 것이죠. 다행히 그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 청원에는 41,000명이 넘는 정신과 의사 및 심리학자, 상담가 등 정신건강 관련 종사자들이 동참했습니다. 더 나아가 가트너 박사는 그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Duty to Warn>이라는 비영리기구(http://www.adutytowarn.org/)를 만들어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고무된 범죄심리학자(!) Bandy X. Lee가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및 심리학자(<Lucifer Effect>로 유명한 Philip Zimbardo도 함께 합니다) 27명의 글을 모아 발간한 책이 바로 <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최근에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정지은/이은지 역. 2018. 푸른숲)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네요. 아직 번역본은 접하지 못했습니다)입니다. 


가트너 박사의 주장과 다른 여러 정신과 의사 및 임상심리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대략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진단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일치하는 진단은 (1) 자기애성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NPD입니다. 그리고 (2) 편집성 성격장애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 PPD와 흔히 소씨오패쓰 sociopath 내지는 사이코패스 psychopath라고도 많이 알려진 (3) 반사회성 성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그리고 비록 DSM-5(미국 심리학회의 진단 규범) 범주에 들어있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4) 가학적 성향 sadism 진단도 내려집니다. 뭐 사실 이 정도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부하기에 딱 좋은 걸어 다니는 성격장애 사례집(책 제목의 'case'는 흔히 이상심리, 정신병리에서 케이스, 사례를 의미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진단 내용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죠. 


나르시시즘 연구로 유명한 크레이그 맬킨 박사는 <병적인 나르시시즘과 정치>를 통해 트럼프와 나르시시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우선 나르시시즘 narcissism이라는 것이 사실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나는 특별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났어.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이런 자기애를 가지고 있고 만일 이러한 자기애가 너무 바닥에 떨어져 있다면 오히려 마음의 병이 될 수도 있죠. 맬킨은 건강한 자기애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자아상 slightly unrealistically positive self-image을 포함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당한 자기애를 지닌 청소년들이 불안한 감정을 덜 느끼고, 덜 우울해하며  친구들과도 더 잘 지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자기애도 도를 넘어서면 병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면, 미국 심리학회(APA)에서 만든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우리 말로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라고 부릅니다)의 진단 준거에 기준해 '자기애성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이하 NPD'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DSM-5의 NPD 진단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grandiose 이미지 (예를 들어 자신의 업적과 재능을 과장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우월함을 인정해줄 것을 기대한다)

(2) 무한한 성공과 권력, 총명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과 같은 환상에 빠져 있다

(3)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고, 특별한 사람들,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해주고 어울린다고 믿는다.

(4) 지나친 숭배를 요구한다.

(5)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다. 

(6) 타인을 착취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

(7)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타인의 감정이나 욕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8) 거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위 기준에서 5가지 이상이 지속되면 NPD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정신과 의사와 상담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심각한 NPD를 보이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언론에 비친 트럼프의 모습과 그가 남긴 수많은 트윗들을 떠올려본다면, 반드시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 전문가가 아니라도 수긍할만하지 않나요? (모 항공사 오너 일가족이 떠오르는 것도 저만은 아닐 듯합니다) 맬킨 박사는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핵심을 3E로 표현합니다. 


Entitlement 특권의식 : 온 세상과 타인이 자신에게 빚지고 있고 자신의 뜻에 허리 굽혀야 한다는 것처럼 행동

Exploitation 착취 : 주변 사람을 이용해 그들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Empathy-impariment 공감 장애 :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욕구와 감정을 무시한다. 주변의 아주 가까운 사람들마저도. 


그런데 트럼프와 같은 케이스(사례)는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성격장애)까지 동반된다고 보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NPD와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합쳐질 경우, '악성 나르시시즘 malignant narcissism'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맬킨 박사의 주장입니다. '악성 자기애'라는 용어는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이자 정신분석가였던 Erich Fromm이 고안해낸 용어입니다. 앞서 가트너 박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르시시즘과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고,  The Independent에 소개된 기사(Rachel Hosie, 30 Jan 2017. https://www.independent.co.uk/life-style/health-and-families/donald...ident-psychologists-inauguration-crowd-size-paranoia-a7552661.html )를 살펴보면 임상심리학자 줄리에 푸트렐 박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이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에 장애를 일으키고 있고, 그래서 이런 사람은 논리적으로 설득이 불가능하다"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내 트위터는 너무나 막강해져서 나의 적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 중에서)


사실 성격장애는 스펙트럼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 이러저러한 마음의 병, 혹은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더 정확한 이야기일것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완벽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테죠. (아,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만큼은 정말 똑똑하고 멋지고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면... 이런게 바로 NPD의 특성이죠) DSM-5의 진단 준거 중에서 중요하게 보는 기준의 하나가 "정신적인 문제가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는가?"입니다. 예술가가 NPD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가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나는 천재야 내 작품은 천재적이야라고 스스로 기뻐한다고 한들 사실 세상에 큰 해를 끼칠 위험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죠.  "위험하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과 임상 전문가들이 골드워터 룰을 어겨가면서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학계의 반론도 있습니다만 이게 참 웃픕니다. DSM-5를 만드는데 직접 참여한 알렌 프랑세스 박사는 트럼프가 진단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https://www.statnews.com/2017/09/06/donald-trump-mental-illness-diagnosis/ )합니다. 트럼프의 행동이 "crazy like a fox? or just crazy?" 냐는 논란(트럼프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기도 합니다)이 있습니다. '여우처럼 교활하게 미친 척하는 거냐? 아님 진짜 미친 거냐?"는 거죠. 프랑세스 박사의 걱정은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지도자 자리에 오르는데 트럼프가 끼칠 부정적인 영향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금 웃프죠. 그리고 그의 결론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우리에게는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트럼프는 미국 사람들의 영혼의 거울이고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사회적 질병이 표면으로 드러난 증상이다. 물론 트럼프가 미쳤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버스 운전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북미회담의 성패가 심각한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이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참.... 



  







이전 12화 서번트 신드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