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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휘 Jun 30. 2018

Engram, 개념 세포, 그리고 NCC II

아이유 뉴런 이야기 PART II

그래서, 

대체 우리의 머리 속에 

아이유 뉴런, 박서준 뉴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뉴런은

대체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우리의 뇌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하려면

좀 멀리 돌아가야 할 텐데 괜찮겠죠?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 Donald O. Hebb은 

1949년 출간한 <The Organization of Behavior(행동의 조직화>라는 책을 통해

뇌과학과 기억 연구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매우 핵심적인 가설을 제기합니다.


"함께 점화되는 뉴런은 연결된다"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에,, 도널드 헵 본인이 직접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것은 아니고요

헵이 저서에서 표현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When an axon of cell A is near enough to excite cell B and repeatedly or persistently takes part in firing it, some growth process or metabolic change takes place in one or both cells such that A's efficiency, as one of the cells firing B, is increased"

"(뉴런) 세포 A의 (신호를 내보내는) 축삭돌기가 세포 B를 충분히 자극할 만큼 흥분하고, 지속적으로 점화 작용에 참여한다면, 일정한 성장과정이나 대사의 변화가 한쪽 혹은 양쪽 모두의 세포에 일어나서 세포 B를 점화하는 세포들 중의 하나인 세포 A의 효율이 증가한다" (괄호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내용입니다)


(음.. 뭔 소린지... 그래서 미국의 뇌과학자 Carla J. Shatz가 이를 알기 쉽게 풀어놓은

표현이 바로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입니다 )


"하나의 뉴런 세포가 다른 뉴런 세포를 자극해서 동시에 점화되면, 두 세포는 연결된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가??)

바로 이것이 학습(=기억)이 일어나는 원리라는 것이 헵의 핵심 주장!

감각기관을 통해 전달된 신호가 뇌에 도달해서 뇌의 특정 뉴런을 자극하면

다시 이 뉴런이 다른 뉴런을 자극하고 이렇게 동시에 점화된 뉴런의 무리들이

학습(=기억)을 이루는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


도널드 헵의 가설은

학습된 내용, 기억, 그리고 나아가 우리의 의식이

마음(혹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무언가)과 같은 추상적, 상징적 기관이 아니라

두뇌 brain에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단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하, 우리가 학습한 내용이 기억되는 것은

동시에 점화된 뉴런 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일어난다!


여기서 엔그램 Engram이 등장합니다 

기억흔적 memory trace 혹은 기억심상(心像)이라고 번역되는

엔그램은 처음에는 하나의 특정한 기억, 인상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설명을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심리학의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뇌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가상의 개념이었던 엔그램이 뇌 속에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네, 바로 아이유 뉴런...

(제니퍼 애니스톤 뉴런이죠...)의 발견과 같은 연구들 말입니다.


Scientific American Mind 최근호(May June 2018)를 통해

<기억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큰 의미는 없으나 멋진 타이틀 화면 먼저 보고 가시죠...)

기사에서는 엔그램을 "physical trace of a single memory",

즉 "단일 기억의 물리적인 자취"라고 표현합니다.

엔그램을 찾으려는 노력은 1910년대 쥐 뇌를 통한 연구로 유명한

칼 라쉴리 Karl Lashley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라쉴리는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을 학습한 생쥐의 두뇌 조직 일부분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현대의학과 과학이 얼마나 많은 생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는지...

새삼 수많은 설치류의 명복을 빕니다...)

두뇌가 학습한 내용이 두뇌 어느(라쉴리는 대뇌피질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곳에

저장되었는지를 찾아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기억이 저장된 부위를 특정하기에 어려웠고

라쉴리는 결국 실패를 인정하죠.

현대 뇌과학은 기억이 대체로 뇌의 여러 영역들에

고도로 분산되어있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1부에서 이야기한 할리 베리 뉴런 연구에서처럼

이제 우리는 특정한 기억을 보유한 

뉴런 세포의 무리를 찾아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유전자 변형, 광유전학, 기능성 MRI, 

그리고 다중복셀패턴분석(multi-voxel pattern analysis)과 같은

(에.. 광유전학, MVPA 이런 거 저도 잘 모릅니다.. 저 문과...)

연구기법으로 현대 뇌과학은 

기억의 물리적 단위로서 엔그램의 실재를 입증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앞서 헵의 원리대로

서로 동시에 점화돼서 연결된 뉴런들 사이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연결이 강화되면

연결된 뉴런 세포의 무리가 엔그램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엔그램이 단일한(특정한) 기억의 물리적 자취다,

이게 오늘의 포인트입니다.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를 함께 저술한 

독일의 뇌과학자인 한나 모니어 Hannah Monyer와 철학자 Martin Gessmann는 

헵의 원리와 연관 지어 학습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즉, 함께 점화하는 새포들이 연결되는 것처럼

학습 또한 동시에 출현하는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고 결합하는 순간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특징들을 한 대상과 연결하고 결합한다"

그렇죠,

아이유가 나온 드라마를 보고,

그녀가 부른 '가을 아침'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녀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쌓인 아이유의 조각조각이 

저와 여러분의 뉴런 세포들을 점화하고 연결하고

그 연결이 강화되어 아이유 뉴런, 엔그램을 형성하고 나면

이제는 "아이유"이름만 들어도 

많은 뉴런 세포들이 점화되는 것이죠.


이렇게 우리의 기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시리즈를 이어나가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또 소환(회상)되는지도

알아보죠.


아, 6월의 마지막 날인데도 벌써 후텁지근하고 덥네요.

여름엔 역시 꿍따리 샤바라죠.

아이유 버전으로 듣고 가야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xvAPtGo3hk




*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CREB,

'cAMP response element-binding protein'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CREB는 우리 신체기관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요

특히, 두뇌에서 기억 형성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생쥐의 CREB 형성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면 기억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CREB 형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심각한 정신장애인 헌팅턴병이나 주요 우울장애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 원제는 <Das geniale Gedächtnis>

구글 번역의 힘을 빌어서 찾아보니 "독창적인 기억'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음,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이 이 책의 주제를 더 의미 있게 전달하고 있는 듯합니다.

전대호 님의 번역으로 2017년 문예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기억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아.. 물론 저는 저자, 출판사, 번역가와 아무런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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