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저랑싀베리아로 유-배 가실래요? Feat.찬물쌰월

19-05-19, 시베리아횡단열차 4일차, 이르쿠츠크 1일차

by 역마살아임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내리는 날.

간밤에? 새벽에? 잠든 사이에 군인들이 탔다.


내 동생 나이 또래 같아보였는데 열차 안 분위기가 갑작스레 긴장감에 휩싸였다.

별것 아닌것 같은데 다들 왜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알콜이 들어가자 잠이 쏟아졌던 나는 뭐지 얘네? 하곤 다시 잠이 들었었다.



▣ 열차에서 만난 군인들에 대한 팁!

- 러시아도 우리나라와 같은 징병제.

- 기간은 총 1년.


우리나라보다 더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나라나 러시아나 동일하게 군대에 가는 친구들의 마음이 썩 좋을리는 없다.



모스크바>블라디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탄 군인들은 이제 막 훈련병으로 가는 중이고,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방향으로 가는 군인들은 제대하는 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 글에서 얘기하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 방향으로 가는 열차 말고, 이르쿠츠크>모스크바 방향으로 탄 열차에 만난 군인들은 매우 신이 나 있었고, 당장 어제, 혹은 그제 제대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던 날 아침, 나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어났다.

내 윗 침대 군인이 내 침대에 양말을 신으려 걸터 앉는 바람에 깨고 말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꼭 밤톨처럼 머리를 자른 모습이 올해 초 제대한 내 동생과 똑같은 뒷모습이어서 잠결에 동생인줄 알고 욕을 한바가지 하려다가 왜 내 침대가 이렇게 흔들리지? 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타고 있다는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아이가 비키고 난 후 어이없다는 눈으로 군인을 한번 쳐다보자 맞은편 아줌마는 웃었다.

맞은편 아줌마에게 러시아어로 인사를 건네고 난 후 마침 열차가 울란우데역에 멈추어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아침으로 한 후 자리로 다시 돌아왔고, 아침 먹을 거리를 꺼내놓는데 잠이 너무 쏟아져,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내릴까 하고 고민하는 사이, 아줌마는 나에게 바이칼? 이르쿠츠크? 라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짧은 러시아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알겠다는 표정을 하였고 그 아줌마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5월 말인데 영상 10도 밖에 안되던 이날 아침! 옹기종기 모인 군인들을 보며 아이스크림 먹기



그러다 갑자기 맞은편 아줌마가 나를 깨우시길래

사고난건가!!! 하면서 일어났는데 창밖에 어느새 바이칼 호수가 보였다.

열차 안의 사람들이 모두 흥분하여 창 밖을 쳐다보았다.





한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사람들, 나처럼 바이칼 호수를 보러가는 사람들에게 팁이라며 열차 어느 방향을 타야지 창문으로 바이칼이 보인다고 하는데, 솔직히 같은 섹션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누구 침대에 앉아도 크게 별 말은 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창문에 달라붙어서 사진을 마구찍어댔고, 나도 그 중에 한 명이 되었다.




오늘 나는 열차에서 드디어 내린다.


약 세시쯤?

열두시쯤이 되어 배가 고파 열차에서의 마지막 밥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마침 바깥에 바이칼 호수의 산맥이 보이자 맞은편 아줌마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라고 알려주었다.

한번 이렇게 말을 텄다는 이유로 마구 챙겨주는 인심이라니.....덕분에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사진을 정신 없이 찍었다.



알프스 산맥 보이듯 보이는 산맥


밥을 먹고 대충 짐을 싸고 난 후 한국인 할머니들이 내려서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내가 가는 호스텔의 이름을 말한 후 하루만 묵고 바이칼 호수를 보러 후지르 섬으로 들어갈거라 했더니 할머니들도 들어가실껀데, 앞으로 5일동안은 비가 온다고 해서 일정 내내 비가오는건 힘들다고 고민중이라 하셨다.

하지만 창밖은 너무도 맑았고




나도 잠시 고민이 되었으나, 무엇이 대수랴 싶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비오는 바이칼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게다가 나의 이름을 믿고 해가 쨍쨍하리라 믿어 의심치 말자 하고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대충 짐을 싼 후 내릴 때를 기다리며 건너편 할머니가 다른 칸 아줌마에게서 산 바이칼 호수에만 산다는 물고기 “오물”을 가방에 챙기는 것을 봤다.

듣기로는 이 물고가기 바이칼 호수에만 살아서 관광이 발달했다는 리스트비얀카에서만 먹을 수 있고 그 지역 외에는 포획이 금지라는 말을 얼핏 들은것 같은데.......는 나는 외국인이고 저들은 자국민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싶었다.

처음으로 탔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해 이곳 저곳 사진을 남기고 있는데,



밖으로 보이던 산맥, 하루의 절반을 창밖을 바라보시던 할머니, 그리고 늘 내 자리에 걸려있던 바람막이


그가 다가왔다. 무원.

그가 다가오더니 왜 벌써부터 내릴 준비를 하느냐고 묻기에 우리는 두시쯤에 내리는데 지금 시간이 한시니까 슬슬 준비해야하지않겠냐 말했더니 시차를 계산 못한건지 우리는 아직 여덟시간을 더 가야한다고 했다.


그와 함께 열차 시간표를 보며 설명을 해 주는데 기본적으로 내 말을, 내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하이고, 중화사상아....하면서 “그래 너는 여기 여덟시간 더 있어. 난 한시간 후에 이르쿠츠크에서 내릴께.” 라고 말했고 그는 씨익씨익 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우리 대화를 듣던 한국인 중년 부부가 찾아와 쟤는 왜 저렇게 씨익씨익 거리냐 묻기에 답해드렸더니 어이없게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그 어머님께서는 자작나무를 그리는 아마추어 그림 작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열차에 타 새하얀 자작나무를 원없이 보셨다고.

과연 작품에 얼마나 반영 되었을지가 궁금했다.

혹시 글을 보고 연락이 오셨으면.




열차에서 내려 다시 트램행


어느새 열차가 멈췄고, 이르쿠츠크는 꽤 큰 역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내 짐을 내려준 무원이 계속 짐을 끌어주겠다 했지만 괜찮다고 사양하며 열차 역 바깥으로 나갔다. 무원이 계속 따라오며 짐을 들어주겠다 했지만, 무시하고는 한국인 중년 부부에게 찰싹 붙었다.


그러자 그들은 내 뒤의 무원이를 보고 이해한다는 듯이 얼른 트램 정류장에 같이 서라며 나를 숨겨주셨다.

나쁜 악의는 없었을지라도 조심해서 나쁠 것 없는 여행이기에 조금 미안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내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트램이 바로 도착했고, 트램은 숙소 앞에 나를 내려줬다.




이르쿠츠크에서 트램 타기가 참 어려웠는데, 특히 기차역 앞에서는 트램 정류장에 대해 구글 지도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트램은 그냥 기차역 앞 차도 아무데서나 멈추기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같이 서 있다가 타면 끝!

요금은 푸니큘라와 동일하게 약 300원이었다.

러시아의 지방지역 많은 열차와 트램이 그렇듯 열차에 일단 타면 어떻게 알고 요금징수원이 다가와 요금을 걷는다. 정-말 신기하게도 한번도 무임승차를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모든 승객을 외우고 있는 것 같다.




트램은 어느새 내 호스텔이 있는 역에 멈췄고, 중년 부부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들은 더 타고 가야한다 했고, 나는 여기서 내려야했다.

약간 타지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 든든한 느낌이었기에 헤어지는게 아쉬웠지만, 여행의 묘미란 갑자기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게 아닌가.

내 뒷모습을 쳐다보는 그들에게 걱정 말라는 듯 더 씩씩하게 트램에서 내려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산넘어 산이라고 숙소에는 더 큰 봉변이 기다리고있었다.



개인실이 쾌적해 보여 선택했던 Z호스텔. 하지만 넌 나에게 추위만 안겨줬어...


바로......파이프가 고장나서 온수가 안나온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부르긴 했지만 주말인지라 사람이 오질 않고 있었다고 전혀 미안해보이진 않지만 미안해 보이는 척 하는 직원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주말이니까.


열차 내부가 매우 건조하여 각질이 다 일어났고, 3일동안 드라이샴푸에만 의존했던 내 머리는 제발 온수에 샤워해달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파이프가 고장나서 온수가 안나온다는데 어쩌겠는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따뜻한 물에 샤워할 마음으로 일부러 호스텔 개인 방을 예약했는데.

찬물에 손가락을 대어보니 너무 추워서 도대체 맨 정신으로 샤워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술을 먹고 샤워한다였다.

이르쿠츠크가 과거 차르에 의해 유배 보내진 귀족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던데, 유배온 귀족이라면 한번쯤은 경험 해 봤을 찬물쌰워.

그걸 바로 내가 여기서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경험 해 보다니.


우선 방안의 히터를 가장 강하게 튼 후 호옥시라도 소주가 먹고싶어질까봐 챙겨온 소주와, 열차에서 먹고 남은 고추참치를 이용해 몸을 덥혔다 (실제론 오히려 온도가 내려간거지만)


샤워하고싶다는 강한 열망이 만들어낸 술상


히터를 강하게 튼 후 술이 달아오르게 만든 덕분에 찬물에 샤워를 하는것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름)


물론 너무나도 차가운 물 온도에 정신이 번쩍 들어 겨우 술을 먹어 몸을 덥혔지만 빠른 속도로 다시 가라앉았지만. 나는 이때 샤워한게 역대급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추워서는 내가 얼어죽을 수 있겠단 간절한 생각을 쉼없이 했기에.





내가 묵었던 Z호스텔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는건 바로 바이칼 호수지역(후지르섬/리스트비얀카) 로 가는 사설 버스가 숙소 바로 코 앞까지 온다는 것이었다.

이르쿠츠크의 많은 숙소들이 그걸 지원해주겠지만, 숙소 바로 코 앞까지 온다는게 메리트라고 생각 했고, 카운터에 다음날 아침 후지르섬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예약한 후 오늘의 저녁을 먹을 겸, 반나절의 이르쿠츠크를 즐길까 해서 나왔다.

그리고 시계를 본 후 놀랐다.



저녁...일곱시요..?


이 햇살이 저녁 일곱시의 햇살이었기 때문이다.



이르쿠츠크는 블라디보스톡보다는 조금 더 큰 도시이고, 과거 차르가 지배하던 시절 시베리아로 유배 보내진 많은 귀족들의 유배지여서 많은 귀족들의 집이 유적으로 남아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옛 러시아 가정집 건축 형태를 엿볼 수 있다는데 아직까진 그게 실감 나지 않았다.

다만 이르쿠츠크가 블라디보스톡에 비해 훨씬 유럽느낌, 이국적 느낌이 난다는 정도?



트램을 적극 활용했던 이르쿠츠크


하지만 길에서 노래를 열렬히 부르는 모습은 한국보다는 훨씬 듣기 좋았고, 사람들이 춤을 추며 구경한다는 것은 달랐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열차에서 무사히 내렸다고 생존 신고를 한 후 이르쿠츠크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모드느이 크바르탈 쇼핑몰 근처를 찾았다.


지하엔 큰 쇼핑몰이, 그리고 꼭대기엔 패스트푸드점이 있어 저녁으로 먹을 음식과 물,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과일을 산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지 하며 느긋하게 이르쿠츠크를 구경했다.

이 근방이 가장 번화학호 젊은이들이 많이 노는 곳 이라더니 젊은이들을 겨냥한 음식점이나 가게들이 많아 흥미로웠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알혼섬으로 떠나야 하기에 빠르게 숙소로 돌아갔다.

아이러브 이르쿠츠크, 쇼핑한 것들


숙소에 가는길에 확인한 핸드폰엔 분명이 오후 아홉시라고 하는데 해가 길게 남아이써 벌써 백야의 시작인가 하며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알혼섬, 후지르 마을 행 버스를 기대하며 열차에서보다 훨씬 편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