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6-19 모스크바 2일차 이즈마일로보 마켓
다음날 아침, 숙소를 옮겼다.
모스크바에서 이후 쭉 묵은 숙소는 스타워즈 호스텔.
내부가 스타워즈를 비롯한 영화 컨셉으로 되어있다는 것이 재미었다.
숙소는 1호선 Lubyanka역 근처에 있었다.
지하철에 짐을 갖고 들어가자 짐검사를 한번 하고, 곧이어 내렸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당황했다. 계단 뿐이라.
짐을 두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뭐 이리 장애인 배려가 안된 곳이 다있어.
30kg의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올라가자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와준다 하고는 짐을 번쩍 들어서 올려다 주곤 쿨하게 사라지셨다.
그 뒷모습에 스파씨바,,,하면서도 매번 이렇게 계단 앞에서 끙끙거리면 다들 도와주는걸 보면 한국보다 훨씬 더 사람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네 싶었다.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상당히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평가를 바꿔야겠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1시여서 체크인 시간도 훨씬 멀은 시간이라 짐을 맡기고 돌아다니다 오면 체크인을 도와준다기에 짐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이즈마일로보 마켓으로 떠났다.
▣이즈마일로보 마켓: 모스크바에 있는 큰 벼룩시장.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린다고 한다.
벼룩시장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도 근방에 열려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것 같았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그 나라 슈퍼 구경에만 시간을 한참 쏟는 나인데, 벼룩시장이라면 당연히 구경하고싶은 마음은 당연. 아무 계획 없이 놀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즈마일로보 마켓에 가는 날은 정해두고 왔을 정도였다.
단점이라면, 모스크바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점?
숙소 위치가 매우 좋았다. 바로 코앞에 지하철 역이 있지만 조금 더 걸어가면 다른 3호선과 5호선이 있을정도.
그래서 이즈마일로보행으로 바로 가는 역까지 걸어간 다음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다.
별건 아니지만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너무 예뻐서 지하철역 투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매번 다른 역에 도착할 때마다 한참을 구경하고 두리번 거린것 같다. 따로 투어를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열차는 이즈마일로보 마켓으로 출발했다.
이즈마일로보 역에 도착해서는 사람들을 따라나가면 된다더니 저 멀리 마켓이 보였다.
러시아 특유의 양식은 뭔가 사람을 항상 신나게 하고 축제 분위기로 보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알록달록하고 뾰족하고 동글한것이, 북유럽과 고딕을 섞어놓은듯한 느낌.
차가운 시베리아의 바람과 유라시아의 매력을 섞어놓았다고 할까.
이즈마일로보 마켓에 오면 꼭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것이 바로 옛 소련의 물통이었다. 왜 물통이었냐 하면, 여기에 보드카를 담아 마실 생각으로. 그리고 뭔가 옛 소련 군대의 물건 하나를 사는게 목표였다. 뜬금없지만 그런 물건들을 여기에 판다고 하니 궁금함과 신비함이 섞여서. 그런데 막상 시장에 오니 나같은 관광객이 많았는지 군대 용품 모조품이 그렇게 많았다. 이것저것 건져보려고 노력했으나, 그다지 마음에 드는건 없었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이 하나같이 빈티지함이 넘쳐 너무 예뻤지만, 어느순간부터 깨달았다. 이렇게 예쁜 빈티지 제품이더라도 전체 공간 구성 조화에 맞춰야지 예쁜거지, 내 방에 갖다 놓으면 안예쁠꺼라는걸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냥 눈으로만 구경하기로 했다.
솔직히, 컵 하나가 예쁘다고 방에 갖다둔다고 뭐가 달라지진않을테니까.
그 외엔 뱃지가 매우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딱히 어디에 달아야하는지도 모르겠고, 해서 구경만 열심히 했다. 그러다 안쪽에 들어가 2층으로 된 공간에 가니 사람들이 직접 갖고 온 물품들을 팔고 있었고, 여기서 회중시계 두개와 엽서 한장을 건졌다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수많은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지 모를 편지들과 남의 아기 사진, 가족사진들이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내가 러시아어를 못읽어서 편지에 뭐라 써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누군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나 안부편지 아니었을까.
내가 쓴 편지도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빈티지가 되려나 싶었고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난 후 잘라내어 보면 옛스러운 모습으로 바래있었으면 좋겠다.
시장 구경을 실컷 하고 난 후 2월에 와 봤던 동생이 추천한대로 밑에서 고기를 파는 곳에 내려가서 에릭이란 사람을 최대한 찾았다. 그에게서 양고기와 소고기를 사 위층으로 올라가 맥주 한잔과 고기를 먹으며 건진 물건을 구경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즈마일로보 이정도면 합격-
다시 모스크바 중심으로 돌아왔다. 구세주 성당을 구경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날씨가 너무 좋은 바람에 걸어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해도 길테니까.
볼쇼이 극장앞에서부터 무작정 모스크바강으로 걸어갔다. 다들 주말이라 그런지 마주치는 사람들 얼굴 마다 여유가 넘치고 즐거움이 넘쳐서 이들 사이에서 여행 하는 나도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덜 들었다. 나도 즐겁고 그네들도 즐거운 주말.
구세주 성당 앞에 도착해보니 거대함에 조금 쫄았다. 너무 크기에. 들어가서 구경 해 보려 했지만 이날 날씨가 더워서 반바지에 반팔로 입었더니 출입이 어렵다 했다. 내 앞에 들어가려던 러시아인 커플도 똑같은 이유로 안됐기에 다음에 다시 긴바지 입고 찾아오겠다 마음 먹고 나왔다.
뭐 하지 하고 고민하다가 강바람을 쐬러 가볼까 싶어 걸음을 옮기는데 어느새 일곱시가 다 되었다고 종을 치는데, 여름 한나절의 햇빛이 내리쬐는 모스크바에서 홀리함이 넘치는 종소리라니. 이것도 러시아 정교회가 강세를 보이는 러시아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경험이겠거니 싶었다.
구세주 성당 뒷쪽으로 돌아가면 강을 건널 수 있는 넓은 다리가 있다. 거기서 모스크바 강을 건널수 있고, 더 건너가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까지도 갈 수 있다. 지하철이나 트램보다는 내 발로 걷는게 더 재밌지. 뚜벅뚜벅 걸어 걸어 강을 건넜다. 강 건너에서도 보이는 구세주 성당. 내가 크기에 쫄만 했다.
강을 건너 더 걸어갈까 하다 일곱시 반을 훌쩍 넘었기에 더 갔다가는 밤중에 모스크바 길을 헤맬것 같기에 강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샹그리아 한잔을 마셨다.
이 구세주 성당 건너펴, 트레티야코프사이에 있는 작은 섬? 같은 이 공간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할법한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커먼그라운드 같은 느낌.
백야를 즐기며 해가 지는걸 보면서 마시는 따스한 샹그리아와 따가운 햇빛과는 대조적으로 거센 바람이 부는 모스크바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샹그리아.
황홀했다.
한참을 놀다 해가 지자 다시 강을 건너,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길에 큰 슈퍼, 뭔가 유기농 식재료를 팔것 같은 마트가 있기에 들르니 납작복숭아가 있어 납작복숭아를 흔들며 행복하게 숙소로 들어갔다.
모스크바 이틀째, 나는 모스크바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