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어이없지, 중국인에게 한국인이라 설명해야하다니

04-06-19 모스크바 5일째

by 역마살아임더

푸쉬킨 미술관에 갔던 날 발견했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가야지! 하고 다짐 했어서 그런가, 오늘은 또 미술관 투어를 하기로 마음 먹고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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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비온다고 되어있던 모스크바 날씨는 벌써 5일째인데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있었다.

뭐가 되었든, 감사한 일이었다.

분명히 오늘은 화요일인데, 걷고 있자니 쨍한 토요일 아침 냄새가 났다. 무슨 일을 해도 다 잘될것 같은데다가 괜히 사람을 달뜨게 하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시원한 냄새. 사실 그냥 모스크바의 냄새 같기도 했다. 모스크바에 오니 공기가 매우 맑았다. 한국의 6월 초에는 미세먼지가 간간이 계절별미처럼 찾아드는 날씨였는데, 모스크바에 와서는 폐가 아프다, 목이 아프단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바이칼 호수의 공기는 맑아서 폐를 찢는듯할 정도로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지만, 거긴 대 자연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여기는 수도인데 이렇게 공기가 맑고 특히나 매일 저녁 보는 밤하늘이 처음 볼 정도로 코발트블루, 인디고 블루인지라 심지어 나는 밤하늘에도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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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숙소에 들어가기 전, 근방을 어슬렁 거리다 발견한 카페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분명 전날 천천히 쉬엄쉬엄 돌아다니겠다고 선언한게 무색할 만큼 많이 걸었던지라 피곤하기도 하여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그렇게 들어간 카페는 꽤 예뻐서 마음에 들었고,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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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라떼를 들고 홍홍 거리며 숙소 뒷편 길을 걸어걸어, 모스크바의 길을 걸어걸어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 열시의 여유로움과 커피한잔, 맑은 공기가 어우러지니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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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트램이 왔고, 트램은 모스크바 시내를 가로질러 트레티야코프로 향했다.

모스크바에 도착해 샀던 지하철, 트램, 버스 이용권인 종이를 찍고 자리에 앉았다.

이르쿠츠크와는 달리 스무스한 트램은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이르츠쿠츠에서는 덜커덩 덜커덩 하는 소리가 귀를 찢어놓을 정도였는데.



모스크바의 트램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러시아어로 “이번 정류장”이라는 말과 “다음 정류장”이라는 말을 몰라 트레티야코프라 말하길래 내렸더니 전 정류장이었다는 아쉬운 점? 내려서 걸어걸어 도착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앞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KakaoTalk_20200224_123301523_05.jpg 미술관 앞에 한바퀴 둘러싼 입장 대기줄. 정확히는 소지품 검사 대기줄


줄이 어마무시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트레티야코프? 라고 일일히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니 그 자리에 줄을 섰다. 그리고 대략 한시간 정도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이렇게 줄을 길게 서는 이유에 대해 나름 납득이 가는 이유를 알았다. 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는 일리야 레핀이 그린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이 유독 습격(?)을 많이 당해서라고 한다. 지금까지 총 두번의 습격을 당해 훼손 당했다고 하는데, 처음엔 일리야 레핀이 살아있어 금방 복구하였으나, 최근에 습격 당했을 때가 몇년 전인지라 아직 복구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습격의 이유가 “관광객이 많이 오는 박물관에 우리나라 왕의 또라이 같은 모습을 그려놓은 그림이 있다면 외국인들이 우리를 뭐라 생각하겠는가!” 라는 이유였다는데, 그릇된 애국심이 이런건가....무엇을 위한 애국심인가 싶었다.


275D1A405454DB9413 사진 출처 구글


그리고 나는 드디어 가방 검사를 받고 매표소에 간 후 깨달았다.

내가 온 곳은 별관이며, 별관에서는 지금 뭉크 전시가 한다는 것. 이 많은 사람들은 뭉크전을 보러온거라는 점!

을 이제서야 알았으니 어떡하겠나.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뭉크전을 봐야지.

러시아까지 와서 만나는 뭉크라니, 가슴이 뭉클했다.




러시아의 모든 미술관들이 으레 그렇듯, 짐을 맡겨두고 전시장으로 올라갔다.

푸쉬킨 미술관에서와 같이 전시장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자유였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얼마든지 자신의 영감의 대상이 되라는 뜻인것 같은데, 그게 매번 볼때마다 새로웠다. 셔터소리가 안나서인가, 간간이 들리는 누군가의 카메라 셔터소리는 백색소음이 되어줬다.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은 많으나, 브런치에 올려도 될런지 모르겠어서, 대신 러시아 뭉크전 전시실 내부 사진만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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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와 함께 하니 분위기 있어보이는데, 실제론 무슨 말인지 1도 모르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위안인건 뭉크전은 큰 전시라 그런지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도 설명이 간간이 되어있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된 전시를 보다가 영어로 전시를 보고있자니, 뭔가 내가 외국어 능력이 엄청 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뭉크의 그림들을 보고있자니 참 다채로운 사람이었다 싶었다.


KakaoTalk_20200224_123301523_07.jpg 절규와 비슷한 느낌이 들던 그림


한국에서도 뭉크전이 열렸을 때 가본 기억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건 절규였었다. 절규만 알아보고 그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로 써있다보니 무슨 설명인지 유심히 보게 되다 보니 참 이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화가였다는것, 색을 다양하게 거침없이 어우러지게 사용할 줄 알았으며, 색을 사용하는데 있어, 색을 칠하고 선을 긋는것에 있어 거침없이 쭉쭉 뻗었구나 라는 감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은 숲을 표현한 그림이었는데 숲을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 표면 질감을 나무 표면처럼 표현한 그림 앞에서 깨달았다. 왜 나는 늘 표현하고자 하는게 있다면 꼭 화면 등의 레이아웃 안에 그 물체가 등장해야한다고 여겼을까.


사람에겐 “공통된 정서”가 있어 그걸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표현 방식이 무궁무진해진다.

라는걸 느낀 것 같다.


KakaoTalk_20200224_123301523_08.jpg 다음 전시장으로 가다 마주친 어느 커플


그리고 뭉크 아저씨는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는 다재다능한 아저씨였지만 그림을 좀 더 좋아했나보다. 라는 새로운 사실도. 뭉크가 사진을 잘 찍었다는건 정말 처음 알아서인지,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다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중국인의 인종차별. 인종차별이랄것 까진 없고 굳이 말하자면 국적 차별쯤 되려나.

많은 사람들이 뭉크전에 온 인증샷을 찍기 위해 이 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KakaoTalk_20200224_123301523_09.jpg 느꼈는지 모르지만, 모스크바에 오면서 많이 탔다.


당연히 여기서 사진 찍고싶은 한국인 관종의 마음, 이해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줄 사람은 없고 삼각대를 펼칠 순 없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중국인 남자애가 와서 중국어로 묻는다.

내가 널 찍어줄테니 너도 날 찍어줘라. 라고 그래서 좋다고 말해주고는 먼저 가서 서라고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주자 그 애는 나에게 물었다.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내용 전문 (실소 주의)


"너 중국인이지?"

"아닌데. "


라고 말하며 내 핸드폰을 주고 포토월 앞에 섰다.

사진 찍는걸 본 후 핸드폰을 받기 위해 다시 다가가자 또 물었다.


"너 중국인 아니라고?"

"응, 한국인인데."

"근데 넌 중국어를 하잖아."

"중국어를 배웠으니 할 줄 알지."

"너 정말 중국인 같이 생겼어!"

"뭐? 어디가?"

"옷 입은거며 얼굴이며, 다 중국인같아."

"나 정말 한국인이거든? "



계속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라진 그 남자애는 며칠 전 블린을 먹기 위해 갔던 카페 직원보다 더 불쾌함을 남겼다. 아시나요, 같은 아시안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기분.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국가 정체성을 무시당한 기분.


중국 타오바오에서 자주 옷을 사 입긴 하지만, 이날 입은 것 중 중국산은 걸치고 있던 셔츠 하나 였는데, 도대체 어디 어느 부분이 중국인 같다는거였을까. 아직도 미스테리.


아시안에게 한국 국적임을 거부당한 충격으로 어이가 없어 그 길로 그냥 미술관을 나왔다. 본관 전시를 볼까도 싶었지만, 오늘의 미술 감성은 다 채운것 같았다. 게다가 기분이 언짢았고, 출출했다. 어딜갈까 하다가 미술관 앞 지하철 역으로 가는길에 보인 카페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다.


바깥에 앉아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모스크바 거리를 바라보며 이 감정을 다이어리에 쏟아내고 있자니, 인종차별이고 뭐고 다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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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만 먹었는데도 배가 차는 러시아의 클라스에 감탄하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모스크바 젊은 사람들의 핫플이라는 ‘FLACON’. 중심가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성수? 건대 커먼그라운드? 같은 느낌의 공간이라길래 솔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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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또 환승을 해야한다길래 전날 지하철 환승하다 길 잃은 경험이 떠올라 애초에 한번에 가는 지하철 역을 찾아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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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다 보니 왠 성당이 눈에 보였고, 홀린듯이 들어갔다.

구세주 성당 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동네 성당 치고는 크고 색깔도 예쁜 탓인가, 홀린듯 들어갔다. 만은, 러시아어는 1도 모르니 그냥 내부만 구경하고 나올셈이었다.


모스크바 (15).jpg 이렇게 알록달록하니 잘 어우러지는 색상 본 적 있나요


성당이라는 공간은 명동성당, 구세주 성당을 제외하면 처음들어가봤다.

명동성당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예뻐 창문을 바라봤고, 구세주 성당은 너무 커 그 규모에 감탄했었다.

하지만 그냥 동네 성당은 처음 들어가서 그런가 신기한 점은 크게 없었다. 다만 이콘 벽화가 벽면 한가득을 채우고 있는걸 보니 규모가 대단하긴 했다.


KakaoTalk_20200224_123301523_13.jpg 필름사진과 아이폰 사진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다음에 러시아를 오기 전엔 성경 얘기를 조금이라도 알고 오는게 어떨까 싶었다. 내가 아는건 아담과 이브, 이집트 왕자 모세와 야곱 얘기뿐인지라 그냥 그냥 심드렁 하게 본 것도 없잖아 있었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가게 (?) 가 있는걸로 보아, 꽤 규모가 있는 성당인건 확실했다. 그냥 지나가다 건물이 예뻐서 들어온 만큼 뭔가 기념 하고싶어서 두리번 거리다가 묵주를 하나 구매했다. 앞으로 러시아에서 지낼 약 2주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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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벽면 가득하던 이콘 벽화



그렇게 성당을 뒤로하고 도착한 FLACON은 "Dmitrovskaya"역에서 조금 걸어야 해서 이 길이 맞나 긴가민가 했지만, 도착하자마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확실히 젊은이들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싶었다. 옷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는데, 어디 골목에는 음식점이 몰려있고, 또 한켠에는 운동공간도 있는데다가 소품샵, 공방 등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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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돌아다니며 쇼핑 하다보니 아까 디저트만 먹어 배가 고파왔고, 러시아에 들어온지 한달 만에 쌀을 먹고싶었는데 마침 일식집이 눈에 띄길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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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만에 만난 쌀로 지은 밥요리


오랜만에 만나는 쌀이라 한국보다는 찰기가 덜 했지만 맛있었다. 원래 캘리포니아 롤 하나만 먹으려고 했는데 자꾸 먹히는걸 어떡해요!

오래 여행하고 아직 갈 여행지가 더 남아있음에 따라 최대한 쇼핑을 자제 했지만, 내 또래의 애들이 모여 노는걸 보다보니 뭔가를 사고 싶은 마음은 너무 간질간질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똑같이 쇼핑할 수 있는곳이 있겠지 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FLACON에서는 다 써가는 다이어리만 들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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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가 아닌, 실제 러시아 모스크바 인들이 살법한 동네 두 군데를 가보니 (노보데비치 앞의 스몰렌스카야, 플라콘 근방 드미트롭스카야) 까지 구경하니, 뭔가 모스크바도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 부쩍 가까워진 나라가 된 것 같았다. 러시아에서 약 한달 정도를 있으면서 짧은 시간동안만 시내에 머물러서 그런가, 처음 3일 이상 있는 모스크바에 자꾸만 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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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늘 못가본 트레티야코프 본관을 가기로 마음먹고, 김희은 작가의 소근소근 러시아 그림이야기를 이북으로 빠르게 쭉쭉 읽은 후 가보기로 했다. 이런 평 때문에.


출처: 구글 alexy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