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예술 감성 만땅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05-06-19 모스크바 6일차

by 역마살아임더


오늘도 납작복숭아와 요구르트를 먹고


KakaoTalk_20200226_174846370.jpg 아침부터 걤성낭비중, 왜냐 오늘 걤성 채울꺼니까~


길을 나섰다.



그리고 어제와는 달리 트레티야코프 본관에 줄을 섰고, 별관보다는 수월하게 들어갔다. 본관은 어릴 때 부터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오느라 작품들을 많이 봐서인가? 나와 같이 입장하는 견학온 애기들은 많았지만 어른은 적었다.

그게 부러웠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예술품들을 내가 보고싶으면 언제라도 구경 하러 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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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여행하며 느낀 점인데, 러시아 미술관 건물들은 동선이 괴상하다. 화살표가 있는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싶은걸 마음대로 보도록 하는, 그렇지만 미술관이 너무 넓어서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 그런 미술관들이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봐야하는거지 동선이 어떻게 되는거지 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다가 나중엔 내가 지나가다 보고 마음에 드는 화풍, 눈길을 끄는 작품 앞에서 만족할 만큼, 눈에 새길 수 있을 만큼 감상하다가 자리를 떴다.

이게 러시아 미술관들이 노린바라면 정말 완벽하게 즐겨주자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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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미술관이다 보니, 가이드 투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들이 있으면 은근 슬쩍 일행인척 하며 끼어 들어 같이 설명을 듣다가 지루해지면 자리를 뜨기도 했다. 무엇보디도 전날 숙소에서 열심히 읽어뒀던 김희은님의 소근소근 러시아 미술 이야기란 책 덕분에 중간중간 구면인 작품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19세기 러시아 화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그림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민중의 눈과 귀가 되어 러시아의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담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그림은 나에게 사진보다도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러시아에 갈 생각이라면, 그리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방문할 생각이라면 그 책을 꼭 읽어보고 가는걸 강추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든, 비행기에서든. 금방 술술 읽히는 글 이기에 하룻밤 사이에 뚝딱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다가 발견한 마음에 드는 작품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림스키코르샤코프의 초상화인데 잘생겨서 내 마음속에 저장저장 >.-




당장이라도 이 아기들이 밥을 먹는 아침의 소음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달그락 거리는 그릇소리, 아기들이 하는 말, 그리고 창에서 비치는 햇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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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 미술관은 최소한의 거리만을 유지한채 얼마든지 관람객들이 다가와서 붓터치를 보는걸 허락해줬다. 그래서 그네들의 손길 하나하나, 터치 하나하나를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미술관에서 내가 가장 보고 한눈에 반한 그림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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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옷으로 입을 가리고 서있는 농민 인데, 옷 스타일이며 분위기가 너무나도 내 취향이어서 맘껏바라봤다.

이런 미술 경험은 처음이라 너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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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제까진 미술관에 가면 유명한 그림을 봐야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명한 그림이 아닐지덜도 얼마든지 그 그림이 주는 영감과 재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 관람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미술관을 친하게 지내야지 하는 다짐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예술적 소양을 중시해서 어릴때 부터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게 한다고 했다. 그게 가능하게 된 건 미술관의 동선때문이라 생각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선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어떤 순서로 예술을 감상해라 라는 주입식이 아닌 내 자율에 맡긴 관람을 한다면 좀 더 보이는게 많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나라의 “예술적 소양”이 부러워졌다.


마지막으로 이 트레티야코프는 트레티야코프라는 귀족이 자기의 개인 소장품을 가지고 있다가 국가에 넘기면서 생긴 미술관이라고 했다. 국가가 산것도 있지만, 개인 소장품이라는 소린데......

아무리 귀족이라도 그 시절에 이걸 어떻게 모았지. 대단하고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19세기의 예술을, 러시아인들에게 밀접한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지 좀 더 이 사람들에게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마음껏 반나절동안 그림을 보고 나서 뭔가 이 예술 감성이 가득 차서 맛있는걸 먹고싶단 의지가 샘솟았고, 음식점을 찾아보기보다는 내가 아는 음식점을 가기로 했다. 바로 "Pinzeria by Bontempi!"


https://www.google.co.kr/maps/place/Pinzeria+by+Bontempi/@55.7518765,37.3486017,9.63z/data=!4m8!1m2!2m1!1spinzeria+by+bontempi!3m4!1s0x0:0x1041add22628ec20!8m2!3d55.745666!4d37.6034546?hl=ko


내일이면 모스크바를 떠나는 만큼, 한번 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맛있던 피자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트램을 탈까 잠시 고민 했지만, 이날 따라 해가 너무 밝았다. 너무 밝아서 해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걸어서 모스크바 강을 건너가기로 했는데, 한참 건너가는 중에 라라랜드 오프닝 처럼 빵빵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것이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하고 힐끔 내려다 본 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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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가 있었다.

물론 찐 라라랜드는 아니고, 라라랜드 느낌 나는 빵빵 거린는 소음과 꽉 막힌 도로지만, 사진을 찍고 고개를 들었는데 강 건너편이 너무나도 탁 트여있었다. 더워서 그 자리에서 타버릴것 같이 쨍한 햇빛에 대조적으로 푸른 하늘이라니. 내가 이런 풍경을 두고 어떻게 모스크바를 떠나겠는가.

모스크바 (17).jpg 의외로 많은 경치가 보이더라, 모스크바 강에서

잘 떠나겠지.

아마도.


뚜벅뚜벅 강을 건너와 구세주 성당 앞에 있는 핏제리아에 들어갔다.

너무 맛있어서 이 가게 계정을 팔로우 하고 사람들이 주로 시켜먹는 메뉴를 연구해서 시킨 대망의 메뉴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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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건 많이 보라고 세장


글 쓰다가 보니 또 배가 고파오네...



술에 취해서일까, 아니면 이제 이 피자가 마지막일꺼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홀린듯이 피잘 하나 더 시켰고, 두번째 판까지 깔끔하게 비운 후 가게를 나왔다. 너무 배가 불러 토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힘들게 먹었으니 절대 토할 수 없다고 되뇌이며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걸었다.

해가 긴 덕분에, 얼마든지 걸어다녀도 좋다는게 장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배불러 죽겠는 상태에서 숙소로 들어갔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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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모스크바에서 마지막 해가 졌다.

물론 내일 늦은 밤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떠나지만,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건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모스크바는 너무나도 매력이 넘쳐서 다음에 꼭 한번, 모스크바만을 오는 한이 있더라도 여행 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