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9 스톡홀름 1일차
잠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세시 알람이 울렸다.
너무 졸려서 일어나지 말까 그냥 무시하고 마저 잘까 고민 했지만 내가 살면서 언제 또 크루즈를 탈 것이며, 크루즈 배가 섬 사이를 지나가는 건 또 언제볼거야 하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떠 갑판위에 올랐다.
백야라서 여행하는 내내 밝은 하늘만 보다가 이렇게 라벤더 색의 바다와 진한 코발트 블루의 발트해 색을 보게 되니 신기했다. 그리고 어스름하니 해가 떠 있는 것을 보고 엇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반대편 갑판으로 호다닥 뛰어가봤다.
한쪽엔 달이, 한쪽엔 해가 뜨는게 나름 볼만 한 경치긴 했지만, 배의 이쪽 저쪽을 오가야 해서 한 프레임에 잡히기엔 어려웠다.
2018년 가을, 쿠바로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카리브 해에서는 해 뜰 무렵이 되면 같은 하늘에 해와 달이 모두 걸려있는걸 볼 수 있단 말에 졸린 눈을 힘겹게 뜨고 바다로 나갔던니 정말로 해와 달이 한 하늘에 걸려있는 장관을 목격하고 못박힌듯 하늘만 바라봤지만, 발트해에선 그게 어려운가보다. 백야라서 그런건지 뭔지.
아쉬운 마음에 하늘만 바라봤다. 그땐 너무 예뻐 못박히듯 바라봤다면, 지금은 아쉬운 마음과 이렇게 해가 져있는 하늘을 본게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 반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섬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딘가 싶어 구글 맵을 켜 보아도 보이는 것은 없고. 다시 방으로 돌아갈까 하고 우선 다시 내부로 들어왔는데 그대로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잠시 잠든 사이 저 멀리해가 뜨는 것 같이 해무리가 기지개를 켜길래 또 해가 뜨는구나 하고 나도 같이 기지개를 켜는데 보였다. 실자라인과 항구가
이곳에도 내리는 사람은 있는지, 선실에서 방송이 뭐라 나오는 것 같았다. 울려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 영국인 애가 말했듯이 정말로 섬 사이를 지나가더라. 그리고 이 새벽에 해가 어스름하니 뜨는 것과 함께 다른 크루즈가 스쳐지나가는걸 보니, 확실히 흥미롭긴 했다. 이 항구에서 내리면 뭐가 있을까.
작은 섬이라 그런지 금새 다시 망망대해만 보이길래 다시 객실로 돌아가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일곱시였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넘어갈 때 아리송 했던 부분이 바로 시간이다. 스톡홀름과 헬싱키는 1시간의 시차가 있다. 그리고 식당에서 식사 하는 시간은 일곱시. 근데 어디 기준으로 일곱시인지 알 수가 없어 한참 고민 하다 비행기도 출발하면 기내에서의 시간은 출발지 기준으로 한다는게 생각이 나 후다닥 씻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내가 맞았던건지 아님 나같은 생각을 한건지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창문이 근처에 있는 테이블도 보이길래 그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마음껏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매일 아침 과일만 조금 먹다가 이렇게 밥을 많이 먹고, 앉아서 섬이 지나가는것도 보고. 이번여행에서 겪은것 중 가장 호화스러운 아침이 아닌가 싶더라.
그리고 어떤 아저씨가 혹시 이 테이블에 사람 더 앉을수 있냐 묻길래 마음대로 앉으시라 하고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자니 나에게 묻더라. 중국인이냐고.
중국인 아닌데요. 한국인이에요. 해주자 아 미안 아시안들은 다들 똑같이 생겨서. 라고 말 하였고, 이 말도 인종차별인걸 모르나 싶어서 괜찮아요 나도 아저씨가 러시아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미국인인지 모르거든요. 라고 말해주자 아 나는 핀란드 인이야. 하기에 흥미롭군요 하고 마저 밥을 먹었다.
똑같이 응수해주자 은근 기분이 나빴던건지, 아님 거기서 호기심이 생긴건지 혼자 있는 동양인 사람을 처음 봐서 궁금했다고 하기에 그렇냐 해주었다. 여행중이냐 등등을 물어보았고, 짧은 대화를 한 끝에 그 아저씨가 러시아와 핀란드의 사이에 대해 짧게 얘기 해 주었다.
핀란드와 러시아는 국경이 맞닿아 있기에 과거 영토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을 대체적으로 무례하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 생각하여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하 그러시군요 하며 들어주고 있자, 음식을 더 가져오겠다는 아저씨를 보고 흠터레스팅. 하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러시아 분이 와서 자리가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아저씨 자리엔 자리가 있고, 나머지는 빈 자리라 말해주자 아이들과 앉아도 되겠냐고 물었고. 나는 상관없다 답하자 자리에 와서 앉더니 창밖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손에 뭐가 묻었다며 테이블에 있던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
별 생각 없이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돌아오더니 그건 내 냅킨이야! 하며 기분나빠했다. 냅킨 하나로 이렇게까지?
뭔가 머쓱한 상황이 되어 눈치를 보다 나는 그냥 커피를 호로록 하고 마셨고, 그 아저씨의 적대적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던 그 사람은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그 핀란드인 아저씨는 러시아 사람들이란! 이라며 혀를 찼다.
두 나라가 사이가 안좋긴 한가보다, 싶었다.
밥을 다 먹고 배에서 내릴 준비 하러 다시 객실로 내려가려다 갑자기 무민 컵이 눈에 띄였다. 사실 주인공인 무민보다는 그 옆 친구들 중 마녀? 가 더 취향이어서 그 마녀만 있는 상품이라면 사야지 했는데 그게 딱 크루즈에 있었을 줄이야.
면세라서 가격도 그럭저럭 지불할 만큼의 가격이었던지라, 그자리에서 쿨 결제를 하고 나왔다. 무민을 좋아하지 않기에 핀란드에서나 스웨덴에서나 절대 무민은 안사야지! 했는데 결국 어쩔 수 없었다.
배는 열시에 스톡홀름 항구에 내릴 예정이었다. 아홉시 반 부터 사람들은 출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이걸 보며 한국인만 빨리빨리의 민족이라고 불리울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열시 십분 전, 배는 멈췄고 문이 열렸다. 짐을 들고 항구를 나오니 어느새 열시.
스웨덴의 공기는 공기부터가 후덥지근 했다. 헬싱키 까지는 바람도 많이 불고, 겨울나라의 연장선이라 그런건지 해는 따사롭지만 어딘가 매서운 바람이 강하게 불었었다. 하지만 스웨덴은 겨울나라로 유명한 것은 아니라 그런지, 갑작스럽게 뜨거운 바람이 훅 불어왔다.
그리고 바다가 이렇게 넓게 도시와 맞닿아있다니. 북유럽 국가들이 왜 바이킹 민족이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어디에나 바다가 보이는 도시들을 갖고 있던 국가. 언제라도 항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던 그들
캐리어를 낑낑 끌고 숙소가 있는 ‘Aspudden’ 으로 지하철을 타고 왔다. 이 숙소로 오는 동안에 여러번 놀랐는데 그 이유는 바로 1. 지하철 값 2. 도로 사정 이었다.
우선 지하철 값에 대해 말하자면 스웨덴에서도 모스크바와 같은 지하철 카드를 팔았고, 이를 충전해 사용 하는 방식이었는데, 몇 회 이상 충전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한 10회 정도 타는 정도로 충전 해 달라 하였는데 벌서 5만원 가량이 나갔다. 충격적인 값이었다. 한번에 4500원이라니...북유럽 물가란.
충전을 안하자니, 내 숙소는 스톡홀름 끝자락에 있는 숙소였다. 서울로 치자면 음......중심부가 용산이라 친다면 내 숙소는 은평쯤? 근처는 조용한 거주지인데다가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두번째로 놀란건 도로 사정이었다.
러시아에선 물론이고 핀란드에서도 가끔 도로가 울퉁불퉁, 돌로 만들어져 있어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가 어려웠다. 물론 휠체어나 유아차의 경우 바퀴가 크니 무리가 없었지만 스웨덴에서는 그런 굴곡이 있는 도로가 없었다. 전부 다 평평하게 되어있었고 캐리어를 끌기에도 매우 편했다.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평평한 도로라면 유아차이건 캐리어건 뭘 끌기에도 편하구나 싶었고,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이나라가 복지국가구나 하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지하철 출입구 인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계단밖에 없어 고생하던 러시아를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들어간 숙소는 낡았지만 매우 예뻤다. 일단 창문이.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북유럽에 가면 북유럽 인테리어의 집, 특히 창이 넓고 크며 창턱이 두꺼운 집에서 지내야지 했는데 이 숙소의 창문은 내 로망을 실현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대충 숙소를 구경하고 미루어 짐작하자니 이 숙소의 주인은 스톡홀름에서 미대를 다녔으며, 가족들은 스톡홀름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다. 이 집은 어렸을 때 부터 주인이 살았던걸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찬장 곳곳엔 물건들이 가득했고, 거실 한켠에는 본가에 가지않은 짐들이 쌓여있었고 무엇보다 호스트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것들과 그림 그리기 위한 아그리파 석상이 떡하니 놓여있었다.
창문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인증샷을 한참을 남긴 후 밖으로 나왔다. 매일 매일 이 창문근처에서 각종 사진을 찍은게 나의 자랑이었다.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던걸 생각 하며 옷을 갈아입고, 그래도 북유럽인걸 감안하여 긴 팔 옷을 챙겨입고는 숙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향한곳은 감라스탄. 인스타그램에 스톡홀름이라고 치면 감라스탄에 대한 게시글이 가장 많이 보였기에 선택했던 것.
감라스탄 지하철 역에서 나와 걸어가다 스톡홀름에 오면 꼭 사야지 했던 브랜드의 매장도 크게 만나고, 왕궁도 바로 앞에 있어 전반적으로 바로 어제 봤던 헬싱키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헬싱키가 조용하고 담담한 나라라면 스웨덴은 활력 있는 유럽, 북유럽의 표본 같은 느낌이랄까.
감라스탄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길에 왕궁을 보고 왕궁 구경을 할까 싶어 기웃거렸는데 러시아의 왕궁은 우리나라의 경복궁 처럼 과거 인물의 주거공간이라면 스웨덴은 아직도 실제로 왕이 살아있는 곳이라 그런지 남의 집을 구경하게 되는 느낌이라 내키지 않았다. 다음번에나 가봐야지 하고는 구시가지로 들어갔는데 길 자체가 동화속에서 나온 것 같아 너무 신기했다.
유럽을 안가본건 아니지만, 감라스탄의 골목길 처럼 이렇게 길이 알록달록 한 것은 처음 봤다. 골목골목 좁은 길을 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절로 웃음이 났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이 딱 맞아서.
그러다 한 골목에서 내 사진을 너무 찍고싶은데 삼각대를 두고온게 생각나 궁리 끝에 창틀에 핸드폰을 걸쳐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도와줄까?
레넛 아저씨와의 만남이었다.
그러실래요? 감사합니다! 라고 해주자 아저씨는 근데 내가 사진 찍는게 취민데 내가 이걸로 너 찍고 사진 보내줘도 되니? 라고 하길래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과연 캐논 오두막 시리즈 카메라를 들고있었다.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주고 메일주소를 알려주자, 감라스탄에서 앞으로 뭐할꺼니? 라 묻길래 정해진건 없다. 내 이번 여행 모토는 무계획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자기가 좀 알려줘도 되겠냐는 말에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 아저씨는 엔지니어로 평생 살다 퇴직 한 이후엔 스톡홀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취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보이면 가서 말 걸고, 설명도 해 주고. 이 사람 저사람에게 관광을 시켜줘서그런지 상당히 아는 것도 많으셨다.
이 세 건물로 말할것 같으면, 이 감라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라고 하였고, 어느 골목에 있는 큰 바위에는 룬 문자가 새겨져 있어 재난에 대비하는 마음을 빌었다거나, 어느 골목, 심지어 집들끼리 맞닿은 골목 한 구석에 자그마한 조각을 보여주며 이 조각은 감라스탄에 있는 조각상 중 가장 작은 조각상이라고 알려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내가 이 스톡홀름에 온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아스트린느 린드그렌 하나 뿐이었는데, 갑자기 이래 저래 많은 정보를 알려주셨다.
그 와중에 여기저기 스톡홀름의 길거리를 사진 찍는 모습에 나도 편하게 얘기 들으며 사진 찍으며 다니니 너무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이는 많은 건물에서 뭔가 이상한 무늬가 보이길래 뭐냐고 물어보니 감라스탄에 과거 큰 화재가 있었을 때 전소되어 다시 재건하며 화재 대비를 완벽하게 해 둔 집에 붙이는 표식이라더라. 이렇게 갑자기 현지인을 만나 알아지는 정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구경을 한참 하다 아저씨가 물어봤다. 어쩌다 스웨덴으로 온거냐고. 학생이냐 물었다. 자기가 지난주에 이 근방에서 의대생이라는 한국애를 봤다며. 그래서 아니라고 직장을 3년 정도 다니다 그만뒀다 하자 안그래보이던데? 하더니 너도 야근을 많이 한거냐 물었다. 그래서 내가 웃겨서 어떻게 알았냐 하니 한국에서 오는 애들은 다 퇴사하고 온다더라. 왜 다들 그렇게 힘들게 하는걸까. 한국은 정말 나쁜 기업이 많구나. 라고 하기에 나는 밤샘도 많이 했다고 말하자 제일 못된 곳이네! 라고 말해주었다. 북유럽인의 근무에 대한 의견을 들으니 웃음이 났다.
그래요, 제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살다 도망치긴 했네요.
아저씨가 앞으로 더 일정 있냐고 물어보길래 없긴 하지만, 왠지 계속 같이 다니는게 부담인지라 음, 없지만 기념품 가게좀 돌아다니려 한다. 라고 말하고는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지는 내 뒤로 아저씨는 며칠 후에는 스웨덴 최대의 기념일이라고 했다. "Mid Summer Night." 해가 지지않음을 기념하는 것이라 했다.
정말 그런 이유로 쉰다고? 싶긴 했지만, 일단 감사하다 말하고는 아저씨가 알려준 정보 (?) 를 바탕으로 감라스탄을 돌아다녔다.
색깔들이 전반적으로 따스한 색감이라 그런가, 처음 느낀 스웨덴은 상당히 따스한 나라라고 느껴졌다. 건물도 뭔가 동화속에, 북유럽 설화에 나올법한 건물이라 건물 전체를 찍기에도, 건물 일부를 보기에도 상당히 예뻤고. 기념품 가게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팠다.
헤어지기 전 레넛 아저씨에게 스웨덴은 뭐가 유명하냐 묻자 음....미트볼? 이라던 말에 힌트를 얻어 근처에 있는 미트볼 가게를 찾아보니 조금 멀지만 쇠데르말름이라는 지역에 가면 유명하다는 미트볼 가게가 있다길래 감라스탄에서 부터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여전히 해는 느리게 지고 있고, 볼 것도 많고, 사람들도 많고 따스하면서 후덥지근한 공기의 바람이 불면서도 어디선가 서늘함이 느껴지는 북유럽의 바람 마저도 시원했다. 모스크바에 처음 도착한 순간 처럼 스톡홀름 매력에 마구 빠져들고 있었다.
북유럽을 여행하며 드는 생각인데, 북유럽은 아시안중 일본인이 가장 많이 보이더라. 중국인이 잘 안보이고, 한국인은 더더 안보이지만, 일본인은 많이 보였다. 왜일까. 생각 해 보니 핀란드 유명 브랜드인 마리메꼬도 일본에서 엄청 많이 보여, 일본어 전공에 일본에 워홀도 다녀온 친구에게 말해주니 마리메꼬 일본꺼 아니었어? 라고 되물을 정도로. 일본인을 매료한 북유럽의 매력은 무엇일까 도대체.
내가 걸어걸어 도착한 음식점은 “Meatballs for the people”. 나중에 보니 설현님도 이 음식점에 온걸 보고 매우 뿌듯해졌다. 앞으로도 더 유명해지겠지.
순록고기 미트볼을 시킨 후 기대 하며 음식을 받아들었는데, 의외로 별거 없어보이길래 처음엔 에이 뭐야 생각 했으나, 어느새 한 두입 먹다보니 정신없이 모든 메뉴에 미트볼을 찍어먹고, 같이 올려먹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스웨덴식 미트볼의 정석 (?) 은 다음과 같더라. 라즈베리 퓨레와 으깬 감자가 기본이고, 그 옆에 곁들이는 채소가 있는게 정통인것 같았다. 그리고 이 조합은 이케아 미트볼에도 동일하게 적용 되고 있었다.
바깥에 앉아 미트볼을 먹고 있자니 옆 테이블은 갑작스럽게 만난 여자 두분이서 서로 대화 하며 음식을 드시더라.
처음 레넛 아저씨가 말 걸었을때 부담스러워했던 내가 반성 되었다. 너무 경계했었던건 아닌가. 곰곰이 생각 하랴, 음식도 맛보랴 하다보니 어느새 다 먹었다. 배가 빵빵하다 못해 터질 정도로.
계산을 하고 숙소를 어떻게 가나 찾아보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추후 후회했으나)
쇠데르말름에서 아스푸덴까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길을 걸어가다보니 쇠데르말름과 감라스탄이 과연 관광지였는지, 30분 쯤 걷자 조용한 길거리가 나타났다. 물론 여덟시에 가까운 시간이라 그랬을 수는 있지만, 여덟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없는 길거리는 흥미로웠다.
아무도 없는 길거리지만, 아파트 단지에도 사람이 없어보이지만, 이네들의 아파트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느껴졌다. 그게 신기했다. 헬싱키에 비해서 활동적인 사람들이길래 여기는 그래도 좀 사람들이 재밌게 놀려나? 싶었으나 여전히 술집은 무슨, 집에 콕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도 며칠 후면 즐겁게 논다던 레넛 아저씨 말이 생각났다. 하지라서 논다는 것이었다. 해가 제일 긴 날이 오면 그들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전통 의상을 입고길에서 춤을 추고 늦게까지 논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독립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이 있었으나, 스웨덴에서 국경일로 지정하고 쉬는 날의 이유가 그냥 해가 길어서라니. 나의 기준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공휴일 책정 이유였다.
내가 아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무슨 일이 있던지, 아니면 전통적인 이유가 있어서인데, 이유없이 해가 길어서라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오는 길에 슈퍼마켓도 들러 다음날 먹을 아침거리를 사고, 물을 산 후 숙소까지 도착하니 약 한시간이 흘러있었다. 왠지 아침부터 크루즈에서 마주친 아저씨부터 레넛 아저씨, 그리고 북유럽스러운 길과 여유로움까지.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머리로 쏟아진 것 같아 재밌고 퍽 피곤했다. 숙소에 욕조가 있길래 따뜻한 물에 담궜다 일어나니 몸이 바로 노곤노곤 해졌다.
하루동안, 북유럽의 많은 이들을 만난 날이었고, 여행했던 날들 중 오늘이 가장 많은 말을 한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