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옥색이 그라데이션 된 카리브해, 빠져보셨나요

25-10-18 바라데로

by 역마살아임더


해가 뜨는 기가막힌 풍경을 보고, 다시 침대에 돌아가 조용히 누웠다. 아침 식사는 여덟시부터 제공되기에,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하늘엔 어느새 해만이 걸려있었고, 해가 한번 뜨거나 지기 시작하면 얼마나 눈 깜짝할 사이에 뜨고 지는지를 알기에, 불과 한시간 전에 내가 본 경치가 정말 꿈만 같았다.



일행들과 둘러앉아 우리가 본 하늘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왜 안깨웠냐며 아우성이었다. 내일 아침은 같이 보자고 달랜 후 아침을 먹는데, 세상에나. 오믈렛이 너무 맛있었다. 손님들 대부분이 인근 국가에서 온, 서양인들이기 때문인지 아침 뷔페에는 간단한 계란요리와 빵 등이 주였고, 특히 오믈렛이나 계란후라이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빵이나 다른 것들은 쿠바 공산품 특유의 2프로 부족한 맛이 느껴졌지만, 오믈렛만큼은 탁월한 맛이었다.

그렇게 아침을 즐긴 후, 오늘 새벽 하늘 사진을 올리고 싶으니 잠시 로비에서 인터넷을 써도 되냐고 묻자 아침부터 바다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흔쾌히 답하는 일행들과 잠시 로비에서 인터넷을 즐긴 후, 해가 어느정도 무르익었다고 생각 되자, 바다에서 만나자 말 하고는 각자의 숙소에 들어갔다.









처음 마주한 낮의 카리브해는, 정말 완벽한 푸른빛의 그라데이션이 착착 겹쳐진 색감을 자랑했다. 들이 마셔도 짤 것 같지 않은 너무 청량하고 맑아 바라만 봐도 시원할 정도였다.






뭘 하지 않아도,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너무 시원했다. 같이 간 일행들과 바다에서 맘껏 사진을 찍고 난 후 각자 선베드를 차지하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을 바라봤다. 들이마셔도 짠내 없을 만큼 청량한 바다. 대부분이 한국의 새푸르다 못해 검푸른 바다빛을 즐기며 자라온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색감은 난생 처음이었다.

오후 한시의 가장 뜨거울 햇볕, 그리고 그 햇볕을 받아 더 푸른 바다. 이 리조트가 바라데로의 해변가에서도 한참 안쪽에 위치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아직은 비수기이기에 그런건지 바닷가에는 우리를 포함해도 그다지 많지 않은 이들이 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조금 중2병스럽고, 말도 안되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바라데로 바다에서 즐기자라고 합의한 컨셉질(?) 중 하나가 바로 바다를 바라보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자는 것이었다. 물론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쓸 때 그 배경이 된 곳이 바라데로는 아니다. 하지만 헤밍웨이가 이 카리브해를 보고 썼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헤밍웨이가 사랑했을 이 바다에서 쓴 글이 궁금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책을 읽거나, 혹은 바다의 햇빛을 즐기거나 하고 있자니 우리가 처음 바다에 도착했을 땐 그다지 사람이 없었으나, 서서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해수욕을 즐겨도 되겠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누군가는 구해줄 수 있겠다 라는데 의견이 모아지자, 다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바다에 뛰어들기로 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냅다 바다로 뛰어들자, 내 예상과는 달리 수심이 얕은 바다는 나를 당황시켰다. 보통 한국에선 이정도로 달려들면 내 허벅지까지, 골반뼈까지 잠기기 마련인데 바다는 나를 거부하듯 아직 내 몸이 가득히 담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심에 당황했다.




새벽무렵엔 조금만 들어가도 발목까지 잠겼었는데, 그새 바닷물이 빠진건지 한참을 들어가야 담궈지는 수심에 당황하였으나 한 명 빼고는 바다에서 수영 할 수 없는 나를 포함한 일행들 대부분에겐 다행인 소식이었다.

필름카메라가 너무 나이가 많아 어둑하게 나온 아쉬운 사진들



그렇게 바다에 들어가 한참을 뛰어다니고, 물장난을 치고, 돌아가며 튜브를 타며 누워있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정수리를 찢어놓을 듯 이글이글 거리던 하늘이 어느새 제풀에 꺾이기 시작해다. 처음엔 그저 온천수 처럼 따스하던 바닷물이 조금씩 냉정해지자, 이제 다시 해안가로 돌아가자는 누군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해안가 쪽으로 돌아보니, 바닷가가 어느새 저 멀리 있었다.




처음 바다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한참을 들어가도 발목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는 수심에 좀 더 몸을 풍덩 담그고 싶은 생각에 자꾸 자꾸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해안가와는 한참을 떨어진 곳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수심이 깊어지던 한국의 바다와는 달리, 평평한 깊이의 모래사장이 끊임없이 펼쳐져있는 카리브는, 조금만 방심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행들과 조심스레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오후가 되니 어디선가 날아온 갈매기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닷물에만 빠져있다 나와보니, 새삼스러웠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물에 들어가 논 적이 있었나. 이제까지 여름에 바다를 놀러가더라도 길어야 두시간이었다. 그정도 놀다 보면 지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출렁 거리는 물에 놀라서 나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바라데로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는 점, 그리고 배가 고파도 해안가에 위치한 리조트 매점에서 무료로 음식과 음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바라데로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호사였다.



그렇게 바다에 흠뻑 빠져 하루종일을 물에서만 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가기 아까운 하루가 금새 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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